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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포석 人事의 세계]권력기관-경찰파워부서의 변천

입력 | 2003-10-05 18:06:00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경호하고 있는 김세옥 경호실장(오른쪽). ‘경비전문가’인 그가 경찰 총수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현재의 자리에 서게 된 배경에는 호남 출신으로서 걸어올 수밖에 없었던 그의 이력이 작용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3월 경찰 총수 출신으로는 처음 대통령 경호실장이 된 김세옥(金世鈺) 실장. 당시 청와대는 ‘경비 전문가’로서의 그의 경력이 주요한 발탁 배경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김 실장이 경비 전문가가 된 데에는 지역감정이라는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병폐가 큰 역할을 했음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김영삼 정부 출범 전만 해도 매년 경무관으로 승진하는 호남 출신 경찰 간부는 한 명을 넘는 일이 거의 없었다. 경무관은 군으로 치면 ‘별(장성)’에 해당하는 계급으로 300여명의 총경 중 매년 7∼10명 정도만 진급한다. 대구 경북(TK) 출신들이 득세하는 가운데 경무관으로 승진하는 호남 출신 간부는 말 그대로 ‘지역 배려’ 차원이었다.

이들은 경무관으로 승진해 봤자 그 뒤의 보직 인사에서 정치상황 등에 민감한 정보와 보안 분야 등에는 배치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호남 출신 경무관들은 대부분 시위를 막는 것이 주요 임무인 경비 분야로 보내졌다. 물론 김 실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인생지사 새옹지마’라던가. 이 같은 경력이 오늘날 화려한 ‘금관(金冠)’으로 변할 줄은 김 실장 본인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경찰은 수행하는 임무에 따라 크게 수사 경비 정보 보안 교통 분야로 나뉜다. 경위 이하의 비간부들과 달리 경위 이상 간부들은 경무관 승진 이전에 평균 2, 3개 분야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특히 집중적으로 많이 배치되는 분야가 자신의 ‘전공’ 분야가 된다.

각 부서의 인기는 정보 분야를 제외하고 시대 상황에 따라 바뀌어 왔다. 시국 상황에 맞춰 경찰의 중점 임무가 어디에 주어지느냐에 따라 각 부서의 인기가 좌우됐던 것. 학생운동을 중심으로 한 민주화 시위가 끊이지 않던 5공화국과 6공화국 때는 단연 경비와 보안 분야의 인기가 높았다.

경비 분야에 배치된 호남 출신 간부가 ‘찬밥’ 신세였던 것과는 달리 TK 출신 경비분야 간부들은 당시 정권의 가장 골칫거리였던 민주화시위 진압이라는 공을 앞세워 승승장구했다. 정권 역시 경찰 총수에 이들을 중용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김영삼 정부까지 그대로 이어져 첫 경찰청장인 김효은(金孝恩) 청장도 경비분야 출신이었다.

보안 분야는 학생운동 등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 분위기에 편승해 요직으로 분류되면서 인기가 치솟았다. 특히 좌익 사범을 수사하는 경찰청 보안과장은 경무관 승진을 보장받는 자리였다.

그러나 이 같은 인기는 김영삼 정부가 출범하면서 꺾이기 시작해 김대중 정부에서는 기피 부서로까지 퇴조했다.

보안 분야의 부침(浮沈)과 달리 서민의 ‘바닥 정서’에서부터 정치권의 움직임까지 다양한 정보 수집을 맡고 있는 정보 분야는 지금까지도 꾸준히 대우를 받고 있다. 경찰 서열 1, 2위인 최기문(崔圻文) 경찰청장과 이근표(李根杓) 서울경찰청장이 모두 정보 분야 출신인 것이 이를 입증해 준다.

이에 반해 경찰의 근본 업무라고 할 수 있는 수사와 방범, 교통 분야 출신은 상대적으로 빛을 보지 못했다. 김대중 정부 마지막 경찰 총수인 이팔호(李八浩) 청장이 수사 분야 출신으로는 처음 경찰 총수에 올랐을 정도로 수사 분야는 오랫동안 ‘찬밥’ 신세였다.

하지만 수사 분야도 방범과 교통에 비하면 그래도 훨씬 나은 편이다. 수사 분야 간부는 비록 경찰 총수에는 거의 오르지 못했지만 경무관과 치안감 승진에서는 경비, 정보 등에 크게 뒤지지 않았다. 반면 방범은 경무관과 치안감 승진에서도 불이익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총경 보직 가운데 경무관 승진에 유리한 보직에 방범 분야는 거의 포함돼 있지 않았던 것이 이를 입증한다.

이 때문에 이들 분야의 총책임자인 방범국장과 교통국장을 거쳐 간 간부들을 보면 경무관 승진 전에는 이들 분야에 한번도 있어 본 적이 없는 무경험자들이 상당수에 이른다.

어느 전직 경찰 고위 간부는 “경찰의 기본업무에 해당하는 분야보다 부수업무 분야가 각광받아 온 사실 자체가 그동안 경찰이 얼마나 정치권에 휘둘려 왔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앞으로는 모든 분야가 평등하게 대우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현두기자 ru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