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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종합]김승환-궈팡팡 韓中탁구커플

입력 | 2003-10-05 18:06:00


“승환이는 좋∼겠다.” 궈팡팡(郭芳芳·23·한국마사회·왼쪽)을 처음 본 순간 이 말이 저절로 나왔다.

상큼한 외모, 차분한 태도, 여기에 홍콩탁구대표 출신의 스타라는 명성까지…. 이런 일등 신붓감과 결혼을 앞둔 김승환(24·포스데이타)은 행복한 남자다.

4년 동안 홍콩탁구대표선수로 활동한 궈팡팡은 김승환이 좋아 지난달 17일 한국마사회 탁구팀에 입단했다. 이제 한국인이 된 그의 소망은 김승환과 나란히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대표 혼합복식조가 되는 것.

역시 사랑의 힘은 위대한가 보다. 무남독녀로 곱디곱게 자란 중국의 미녀 탁구스타가 모든 것을 팽개치고 한국까지 올 정도니까.

●핑퐁 사랑

김승환과 궈팡팡이 처음 눈을 맞춘 곳은 2000년 6월 베트남 호치민시 체육관. 당시 상무 소속으로 베트남오픈대회에 출전 중이었던 김승환은 싱가포르 선수들과 손짓 발짓을 섞어가며 영어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 장쉐링이라는 싱가포르 여자선수 옆에 있는 예쁘장한 선수가 눈에 들어 왔다.

김승환과 궈팡팡 신상명세 김승환궈팡팡생년월일1979년 1월1일1980년 2월6일출생지서울중국 난징출신학교대광중-시온고난징중,고선수경력동아증권(97년)
-상무(99년)
-포스타데이터
(2002년1월부터)홍콩국가대표(99년부터)
※홍콩에는
실업탁구팀이 없음.가족관계김동수씨(54)와
박형순씨(52)의
3남 중 막내궈지롱씨(50)와
장민쯔씨(48)
의 무남독녀취미/특기컴퓨터 게임책읽기(현대 소설)

“우선 착하게 생겼더라고요. 거기에 다소곳한 모습이 평소 생각하던 이상형이었어요. 처음 본 순간 ‘바로 이 여자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궈팡팡은 어땠을까. “대회 기간 중 경기마다 최선을 다하는 승환씨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장쉐링은 제 친구예요. 승환씨가 싱가포르 선수들과 이야기를 하는 동안 장쉐링 옆으로 갔다가 인사를 나누게 됐어요.” 궈팡팡도 처음부터 김승환에게 호감을 품고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의사소통이 안돼 서로 마음을 전달할 길이 없었다. 사랑의 열정에 들뜬 김승환은 이때부터 독학으로 중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사랑을 고백한 것은 2001년 9월 서울에서 열렸던 코리아오픈대회.

“시험공부로 했으면 잘 안 됐을 겁니다. 그런데 궈팡팡에게 내 마음을 전달하려고 하니 어렵다는 중국어 공부가 술술 되더라고요.”

궈팡팡은 마사회 입단이 확정된 뒤부터 한국어 개인교습을 받고 있다.

●예비신부의 독려

궈팡팡은 올 4월에 혼인신고를 마쳤다. 2006년 4월이면 한국국가대표가 될 수 있다.

“궈팡팡은 탁구 욕심이 많습니다. 저보고도 ‘2006년까지는 반드시 국가대표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벌써부터 몰아붙이고 있어요.” 김승환은 은근히 자랑을 한다.

국제탁구연맹(ITTF) 랭킹 62위인 궈팡팡은 12월부터 국내대회에 출전할 예정. 그의 국내무대 데뷔를 놓고 벌써부터 탁구계가 뜨겁다. ITTF랭킹 12위 김경아, 47위 석은미(이상 현대백화점) 등이 있지만 궈팡팡의 실력이 이들과 엇비슷해 우승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칠 전망. 2006년 한국대표 선발도 충분히 가능하다.

탁구로만 치면 김승환이 처진다. 그의 ITTF 랭킹은 162위. 이 때문에 결혼도 하기 전에 벌써부터 궈팡팡의 성화가 대단하다. 궈팡팡은 “승환씨는 충분히 발전할 실력을 갖고 있지만 성격이 너무 온순해 경쟁심이 없는 것 같다. 더 분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앞으로는 주말 탁구 부부

두 사람은 아직 결혼 날짜를 잡지 못했다. 궈팡팡이 국내 무대에 데뷔한 뒤인 내년에 결혼식을 올릴 예정. 결혼 후에도 둘은 최소한 7∼8년 이상 선수 생활을 할 계획이다.

‘한중 탁구커플’로 안재형(한국체대 감독)-자오즈민 부부도 있지만 이들은 자오즈민이 선수 생활을 그만둔 뒤 결혼했다. 따라서 부부 신분으로 나란히 라켓을 잡는 것은 김승환-궈팡팡 커플이 처음.

김승환은 지난해 10월 중국 난징을 방문해 궈팡팡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결혼 허락을 받았고 궈팡팡도 올 2월부터 세 차례 경기 양평군의 김승환 본가를 방문해 예비 시부모님께 인사를 올렸다. 둘은 결혼 뒤에도 각자 소속팀 숙소에서 생활하다 주말에만 만날 계획.

“궈팡팡은 유순한 외모와는 달리 야무집니다. 선물을 할 때도 나는 인형, 액세서리 등을 주는데 궈팡팡은 시계, 지갑 등 아주 실용적인 것만 주더라고요.”

이 말을 알아들었을까. 궈팡팡이 김승환의 옆구리를 꾹 찌르며 싱긋 웃는다.

팬홀더 전진 드라이브형인 김승환과 셰이크핸드 전진 속공형인 궈팡팡. 부부로 한 몸이 될 이들이 혼합복식조로 찰떡 호흡을 맞추며 세계 탁구계를 뒤흔들 날을 기대해 보자.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