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로부터의 분리독립 움직임으로 10여년째 내전 상태인 체첸공화국에 5일 대통령 선거가 실시됐다.
그러나 이번 선거로 총성이 멎기를 기대하기는 이르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선거가 체첸에 친(親)러시아 정권을 수립하기 위한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과 함께 불공정 선거였다는 비난이 벌써부터 터져나오고 있다.
투표는 체첸 전역에서 1만6000여명의 병력이 비상경계에 들어가고 차량통행이 제한되는 삼엄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총유권자는 체첸 주민과 전화(戰禍)를 피해 인근지역으로 피신한 난민, 주둔 중인 러시아 군경 등 54만여명.
이슬람 지도자로 1999년 러시아군이 체첸을 점령한 뒤 임시 국가수반으로 임명됐던 아흐마드 카디로프 후보(49)의 당선이 유력하다. 크렘린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카디로프 후보는 모든 면에서 다른 6명의 무명 후보들을 압도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구도 자체가 크렘린이 사전에 개입해 다른 유력 후보의 출마를 막은 결과라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아슬란 마스하도프 전 대통령이 이끄는 반군측은 선거 참여가 봉쇄당하자 새로 구성될 정부를 ‘괴뢰정부’로 규정하면서 러시아에 대한 항쟁을 계속하겠다고 선언했다. 마스하도프 전 대통령은 1997년 선거에서 선출된 민선 대통령이었지만 러시아군의 침공에 대항하다가 실각한 뒤 러시아 당국의 추적을 받으며 게릴라전을 계속하고 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