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라는 ‘인구 지진(地震)’이 한국사회를 덮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 추세는 개인은 물론 경제사회적으로도 큰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지만 국가 차원의 대비는 미흡한 실정이다.
5일 통계청과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에 따르면 한국은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7% 이상인 ‘고령화사회’에 2000년 진입했다. 이어 2019년에는 14% 이상인 ‘고령사회’, 2026년에는 20% 이상인 ‘초고령사회’가 될 전망이다.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까지 가는 데 걸리는 기간은 19년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또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2001년 76.5세로 높아졌으며 특히 여성은 80.0세로 처음 ‘80대’에 들어섰다.
반면 가임(可姙)여성 1명당 평생 낳는 평균 자녀수인 출산율은 지난해 세계 최저 수준인 1.17명으로 떨어져 ‘역(逆)피라미드’형의 인구구조가 뚜렷해지고 있다.
KDI는 청장년층의 인구감소와 저축 및 투자감소라는 ‘고령화의 덫’에 걸려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현재 4∼5%대에서 2030년에는 2%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의 니혼(日本)대 경제학과 오가와 나오히라(小川直宏) 교수는 본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고령화는 무엇보다 경제의 역동성에 타격을 주며 특히 한국처럼 고령화 진행속도가 빠른 나라는 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급속한 고령화로 연금을 붓는 생산인구는 줄고 타가는 노인층 인구는 급증하는 ‘연금 위기’와 이에 따른 ‘재정 위기’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KDI는 50년 뒤 국민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등 4대 공적연금의 연금지급액은 약 23배로 급증하나 연금보험료 수입은 6배로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한다.
퇴직 후 사망까지의 기간이 길어지면서 ‘노인실업’도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서강대 송의영(宋毅榮·경제학) 교수는 “고령화는 개인적 차원에서는 행복이지만 경제나 사회적 측면에서는 재앙이 될 수 있다”며 “국가 차원에서 ‘재앙의 규모’를 줄이는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고기정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