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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수사기록 내용]“宋씨는 김철수” 美망명 北서기관 진술

입력 | 2003-10-05 19:17:00

홍사덕 한나라당 총무(왼쪽)가 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재독 학자 송두율씨 문제와 관련해 정부의 엄정한 법집행을 주장하고 있다. -김경제기자


국가정보원이 검찰에 넘긴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宋斗律)씨 관련 수사기록은 A4용지 2035페이지 분량이며 5권으로 나뉘어 묶여 있다.

이 가운데 송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뒷받침하는 핵심적인 기록은 △미국으로 망명한 김경필 전 베를린 주재 북한 이익대표부 서기관이 외국 정보기관에서 한 진술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처조카 이한영씨의 진술 △황장엽(黃長燁)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증언 △민감한 사안이어서 출처를 밝히기 어려운 자료 등 5, 6가지로 방대한 분량이다.

김 전 서기관은 99년 1월 망명해 모 정보기관의 보호를 받으며 송씨 관련 진술과 함께 유럽 범민련 가입원서 사본 등을 넘겼다.

김 전 서기관은 당시 “98년 7월경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한국에서 ‘송씨가 김철수란 가명을 가진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라는 사실을 폭로한 뒤 송씨가 나에게 찾아와 ‘황장엽씨 때문에 내 신분이 완전히 드러난 것 아니냐’고 걱정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최근 국회 정보위의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사실을 의원들에게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씨는 처음엔 혐의를 부인했으나 국정원이 외국 정보기관의 관련 기록을 제시한 뒤부터 혐의를 시인하는 쪽으로 태도를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송씨는 94년 7월 김일성(金日成) 주석 장례식 당시 초청을 받았으나 독일 훔볼트대학 강의 때문에 시간을 낼 수 없다고 일단 거절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이 ‘정치국 후보위원 23위 김철수’가 당신인데 그러면 곤란하다고 해서 결국 입북을 한 사실을 국정원 수사관이 관련 자료를 들이대며 추궁한 것도 송씨가 혐의를 시인하게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국정원은 또 82년 9월 귀순한 이한영씨로부터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서 ‘서독에는 조선노동당 구주위원회가 있는데 위원장은 김철수’라는 말을 들었다”는 진술을 확보, 이를 송씨 수사에 활용했다.

외국 정보기관의 각종 첩보 및 인물 동향 자료도 송씨의 혐의를 입증하는 주요 근거가 됐다. 송씨와 황장엽씨 간의 소송 자료도 송씨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송씨는 98년 “황씨가 거짓으로 나를 ‘김철수란 가명을 가진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라고 주장해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소송을 냈다.

황씨는 99년 5월 재판부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송씨는 김일성 주석 장례식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로 유일하게 초청받은 장의위원”이라고 밝혔다.

황씨는 또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서 ‘송씨는 독일에서 수년간 조직사업을 해 (독일의) 남한 유학생들이 그를 따른다. 그를 앞으로 크게 쓰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송씨가 입국하기 전 이런 자료를 토대로 송씨를 추궁할 완벽한 준비를 끝냈으며 이를 활용해 송씨에게서 노동당 입당 사실과 서열 23위의 정치국 후보위원이라는 자백을 받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