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프로야구 화두는 단연 ‘40대 기수론’이다. 롯데가 ‘386세대’의 맏형인 양상문씨를 깜짝 발탁한 데 이어 그보다 2년 후배인 선동렬씨의 사령탑 데뷔도 어느 팀이냐는 문제만 남았다. 새내기 조범현 SK 감독은 준플레이오프에서 ‘거함’ 삼성 김응룡호를 격침시키는 쾌거를 이뤘다. 이에 따라 플레이오프부터는 40대 감독만의 결전장이 된다.
흥미로운 것은 한국 정치의 양김 시대를 열었던 ‘40대 기수론’은 프로야구에서도 22년 역사를 관통해온 흐름이었다는 점. 물론 그 뜻은 시대에 따라 아주 다르게 쓰여 왔다.
초창기 프로야구는 50대 초반이었던 박현식 삼미 감독을 빼곤 모두가 40대였다. 이제 원로가 된 김응룡 해태 감독은 41세였고 MBC 감독 겸 선수였던 백인천씨는 불과 39세였다. 그러나 당시 이들의 ‘젊은 나이’를 시비 거는 사람은 없었다. 그때만 해도 30줄만 되면 선수생활을 접고 지도자로 나섰던 시절. 그래서 ‘40대 기수론’은 ‘40대 대세론’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말은 86년 해설가 출신의 허구연씨가 35세에 일약 청보 감독을 맡으면서 변색되기 시작한다. 주름살은 늘었지만 여전히 40대였던 기존 감독들은 ‘40대 기수론’을 ‘머리에 피도 마르지 않은 30대의 도전’에 대항하는 개념으로 사용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프로 경험이 전무했던 허구연씨의 실험은 실패로 끝났다.
그 뒤 프로야구는 연륜이 쌓이면서 91년 OB 윤동균씨를 필두로 선수 출신 사령탑이 줄지어 탄생하게 된다. 그러나 윤동균 김용희 천보성으로 이어진 1세대는 약속이나 한 듯 좌절했고 ‘40대 기수론’은 은근슬쩍 ‘50대 기수론’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90년대 후반이 되자 감독들의 평균 연령은 오히려 높아졌다. 이런 와중에 96년 김재박씨가 현대를 맡으면서 현대적 의미의 ‘40대 기수론’은 비로소 싹을 키웠다. 선수 시절 ‘여우’로 불렸던 그의 성공은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세대교체의 당위론이 돼 돌아왔다. 이제 내년이면 8개팀 중 최소 6개팀의 감독이 40대로 채워지게 된다.
하지만 앞에서도 보았듯 ‘40대 기수론’은 역설적으로 감독의 나이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하긴 30대면 어떻고 60대면 어떤가. 얼마만큼 팀을 효율적으로 이끌 능력이 있느냐가 문제일 뿐이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