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제작된 영화를 뮤지컬로 만들어 인기를 끌고 있는 ‘리틀 숍 오브 호러스’-사진제공 제미로
9월 한 달간의 프리뷰 공연을 거쳐 2일(현지시간) 뉴욕 브로드웨이 버지니아 극장에서 정식으로 막을 올린 뮤지컬 ‘리틀 숍 오브 호러스(Little Shop of Horrors)’는 한국의 공연기획사 제미로가 제작비 일부를 투자한 작품이다. ‘식인(食人) 식물’을 키우는 주인공이 시체를 구해 식물의 먹이로 주다 끝내는 식물에게 잡혀 먹힌다는 내용의 ‘엽기 코미디’다.
사실 이 ‘기발한 소재와 줄거리’는 40여년 전 영화를 통해 먼저 선보였다. 1960년 로저 코먼 감독의 동명 영화를 뮤지컬로 재구성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요즘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경향은 ‘영화’라는 한 단어에 초점이 맞춰진다. 최근 브로드웨이의 인기작은 대부분 영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할리우드 스타들의 브로드웨이 진출도 활발하다.
‘리틀 숍 오브 호러스’를 비롯해 ‘헤어스프레이’ ‘프로듀서스’ ‘나인’ ‘라이언 킹’ ‘미녀와 야수’ 등의 인기작이 모두 영화(또는 만화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이다. 또 브로드웨이에서는 안토니오 반데라스(나인), 멜라니 그리피스(시카고), 휴 잭맨(오즈에서 온 남자) 등 은막의 스타들이 현재 출연 중이고, 애슐리 주드와 제이슨 패트릭도 곧 막이 오를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에 출연할 예정이다.
이처럼 할리우드와의 ‘밀접한 관계’는 궁극적으로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흥행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스타의 출연으로 관객의 관심을 높이고, 영화를 통해 ‘검증된’ 줄거리는 작품의 실패 가능성을 최소화한다.
영화를 통해 돌파구를 찾는 브로드웨이의 현실은 국내 창작뮤지컬에서도 본보기로 삼을 만하다. 우리의 창작뮤지컬이 ‘수입 뮤지컬’에 밀리는 이유 중에는 분명 ‘빈약한 스토리’와 ‘스타 마케팅의 부재’ 등의 문제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뉴욕=주성원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