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배
부산항의 만성적 적체 해소를 위해 부산과 경남 일원에 조성 중인 30선석 규모의 신항만은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4년 세계화정책의 일환으로 경부고속철도와 함께 착공됐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오늘날 고속철도는 계획적 투자 아래 서울∼대구 구간의 준공을 눈앞에 두고 있으나 신항만의 경우는 2007년의 1단계 사업 준공도 불확실한 상태다.
이런 와중에 신항만 명칭 문제에서 비롯된 부산시와 경남도간의 갈등은 사업의 조속한 추진을 위한 지자체간의 협력을 어렵게 하고 있다. 하루가 급한 신항만 조성을 놓고 명칭 문제로 양 지자체가 대립으로 치닫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부산시와 경남도가 주장하는 항만 명칭은 나름대로 당위성이 있다. 부산시는 부산항이 세계 3대 항만으로서, 그 국제적 브랜드 가치가 존중되어야 하며 이를 적극 활용키 위해서는 신항만의 명칭이 ‘부산신항’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경남도는 신항만 조성지역 대부분이 행정구역상 경남이므로 최소한 ‘부산 진해 신항’은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지방화시대에 신항만과 같은 초광역적 국책사업은 편입된 지역의 명칭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미국과 유럽의 항만은 단일 명칭보다 시설이 위치한 지역의 명칭을 복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보편화돼 있다.
우리나라도 항만 운영권의 점진적 지방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해당 지자체에 균등한 기회를 보장해 주는 것이 타당하다.
신항만은 기존 부산항의 해상경계구역 내에 위치해 있다. 이 점에서 신항만을 항만법상 부산항과 독립된 별도의 무역항이 아닌 부산항 내의 브랜치항으로 보고, 기존의 감천항 다대포항 등의 경우처럼 ‘부산 진해 신항’으로 해당지역의 명칭을 수용하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다고 본다.
이 문제가 지자체간의 자체 합의를 통해 해결되기 어렵다면 정부가 나서서 국민통합과 상호주의 원칙에 입각해 하루빨리 결론을 내야 한다. 지역 발전은 그 지역 주민들의 정서적 동의가 전제돼야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신항만 명칭도 상생의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인제대 교수·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