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없으면 한국 영화가 너무 허전하다.’
공형진(출연작 ‘선물’ ‘파이란’ ‘오버 더 레인보우’ ‘남남북녀’) 유해진(‘공공의 적’ ‘주유소 습격사건’ ‘신라의 달밤’) 이원종(‘인정사정 볼 것 없다’ ‘반칙왕’ ‘오! 브라더스’) 성지루(‘가문의 영광’ ‘바람난 가족’) 정은표(‘유령’ ‘내츄럴 시티’) 이재용(‘친구’ ‘지구를 지켜라’) 등은 바로 이름난 ‘조연 전문 배우’들이다. 대부분 연극계에서 탄탄한 연기력을 다진 30∼40대 남자 배우들로 대본을 소화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이 공통점. 이들 중 ‘파이란’ 등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쳤던 공형진은 주역급 배우로 먼저 자리매김했다. 현재 제작 중인 ‘동해물과 백두산이’에서 당당하게 주인공을 맡은 것.
이들은 출연 장면은 많지 않아도 주연 못지않은 호연을 펼쳐 요즘 주연을 능가하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사실 역할이 작으면 연기하기 더 힘들다. 조연은 대사 한 두 마디가 전부여서, 결국 배우가 알아서 성격을 만들어가야 하기 때문.
조연들의 탄탄한 연기가 돋보였던 영화 ‘오! 브라더스’를 만든 KM컬쳐의 심영 이사는 “과거 한국영화에서는 조연이 주인공의 들러리에 불과했지만 요즘엔 비중이 커졌다. 조연배우들의 아우라도 주연 못지않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조연들이 약한 영화는 흥행이 안 된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제작사 ‘좋은 영화’의 김미희 대표는 “영화 제작 시 주연 못지않게 조연 배우들의 캐스팅에 신경을 쏟고 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충무로에서는 ‘스타급 조역 모시기’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주연급을 넘나드는 조연 전문 배우들의 편 당 개런티도 수천만 원에 이른다.
영화계에서는 배역을 제대로 소화하는 조연배우들의 등장이 한국영화의 수준을 업그레이드 시키는데 한 몫 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남자 조연들에 비해 역량 있는 여자 조연전문 배우들이 부족한 점, 코미디 영화 붐이 불면서 연기파 배우들이 웃음을 이끌어내는 천편일률적인 캐릭터로 희화화되고 있는 점 등은 아쉽다는 지적이 많다.
송강호는 ‘넘버 3’에서 빛나는 조연으로 강한 인상을 심어준 뒤 한국영화의 정상급 스타로 떠올랐다. 조연 전문 배우들 중 누가 한국 영화계의 주역으로 떠오를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고미석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