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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이강운/몸 너무 사리는 '개미'들

입력 | 2003-10-07 17:59:00


대우증권이 최근 1000억원 규모로 설정한 주가지수 연동상품(ELS)에 1597억원의 개인자금이 한꺼번에 몰렸다. 지수하락과 상관없이 연 3.8%의 기본금리를 보장한 게 먹혀들었다.

미래에셋증권의 개방형 주식형펀드 ‘디스커버리’는 6일 현재 연초대비 28%의 수익률을 냈다. 이 정도면 여유자금이 앞 다퉈 몰려들 것 같은데 의외로 개인들의 관심은 낮다.

1999년 간접투자시장의 최고 인기상품은 목표수익률이 달성되면 곧바로 찾는 스폿(SPOT)펀드였다.

당시엔 ‘6개월 운용-목표수익률 20%’짜리가 주종을 이뤘다. 연간으로 따져 40% 수익률을 제시해 고객들을 유혹했다. 지금은 이런 스폿펀드가 자취를 감췄다.

개인투자자들의 기대수익률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크게 낮아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PB센터 박미경 지점장은 “연 6%대의 수익률이면 만족하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외환위기 이후 평균 연 12% 이상을 요구하던 수준에서 많이 낮아졌다는 설명.

한 증권사의 설문조사에선 ‘최근 5년간 주식투자로 성공한 사람은 5%에 그친 반면 실패한 사람은 95%’라는 결과가 나왔다. 개인투자자들은 이런 뼈아픈 경험을 통해 주식투자 리스크가 매우 높은 만큼 ‘적게 먹는 게’ 생존하는 요령임을 배운 것 같다.

기대수익률을 낮추면 ‘대박 충동’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투자계획을 짤 수 있다. 문제는 한국적 상황에선 그렇게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는 데 있다. 한국 주식시장의 주가수익비율(PER)은 평균 8배로 선진국 증시에 비해 매우 낮다. 저평가된 만큼 앞으로 상승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금융시장에 내재된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저평가됐다’고만 단정할 수 없다고 증시전문가들은 말했다.

투자리스크가 높으면 기대하는 수익률도 높아져야 한다. 그러나 그 위험이 너무 커지다보니 수익률보다 원금보전 여부를 더 따지게 된 것이다. 이런 안전자산(資産) 선호 풍조는 결국 ‘부동산시장의 거품’으로 이어졌다. 고용 및 설비투자 위축의 ‘원인(遠因)’이기도 하다.

기업은 증권시장을 통해 투자자금을 조달한다. 증시 활성화가 필요한 이유다. 그런 점에서 ‘대박투자는 위험하지만 합리적인 수준에서 투자리스크를 감수하는 자세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