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적 홍콩 액션 느와르에 최면술이란 코드를 덧씌운 ‘쌍웅’. 사진제공 젊은기획
리밍(黎明), 쩡이지엔(鄭伊健) 주연의 액션 누아르 ‘쌍웅’은 기존 홍콩 액션 영화들의 기본 설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적도 동지도 아닌 두 남자의 모순적 관계, 이성과 감성의 대결, 사랑 때문에 나쁜 짓을 저지를 수밖에 없는 ‘악한 아닌 악한’을 담았다는 점에서 그렇다.
여기에 유능한 형사가 미궁에 빠진 사건 해결을 위해 복역 중인 심리학의 대가와 ‘위험한 거래’를 한다는 ‘양들의 침묵’식 내러티브를 끌어들였다. 악한으로 나오는 리밍의 무기가 권총이 아니라 낭만적이기 그지없는 최면술이란 점이 ‘변주’의 포인트.
차가운 이성을 가진 형사 이문건(쩡이지엔)은 범죄의 해결을 위해 복역 중인 심리전문가 여상정(리밍)을 교도소 밖으로 데리고 나온다.
두 사람은 마침내 보석전람회의 보안자료를 노린 범죄란 사실을 밝혀내지만, 최면술에 걸린 이문건은 스스로 보안자료를 빼내게 되고 이 모습이 카메라에 찍힌다. 궁지에 몰린 이문건은 사건의 열쇠를 쥔 여상정을 찾아 나선다.
최면술은 이 영화에서 중독된 사랑을 부각시키는 역설적 상징이다. 여상정은 상대의 정신세계를 지배하는 최면술의 대가이면서도 정작 자신은 한 여인에게 홀딱 빠져 목숨을 내던지는 일 조차 마다하지 않기 때문이다.
리밍은 여전히 로맨틱한 최후를 보여주지만, 얼굴 살은 몰라보게 늘었고 기미도 많아졌다. 1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 가.
이승재기자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