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망할 일이 없었던 과거에 노조는 머리띠 두르고 ‘투쟁’에 앞장서면 그만이었지만 이제는 최고의 은행이 될 수 있도록 경영진과 머리를 맞대고 생산적이고 발전적인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은행에서 제공한 중형승용차와 운전사를 자발적으로 되돌려 보내 화제가 된 이성진(李星塡·사진) 우리은행 노조위원장은 7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고의 은행을 만들기 위해 노사가 혼연일체가 되어 노력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을 뿐 다른 뜻은 없다”며 새로운 노사관계를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작년 1월 상업-한일 통합노조위원장에 당선된 이후 1년9개월 동안 은행으로부터 SM5 승용차와 운전사를 제공받아 이용해왔다.
이 위원장은 “상업-한일은행이 99년 1월 한빛은행으로 합병한 이후 직원 2명 중 1명이 은행을 떠났고 남은 직원들은 은행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급여까지 반납하며 고통을 감내해왔다”며 “그런데도 공적자금을 받은 은행의 노조위원장이 특혜를 받는 것으로 비쳐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4, 5개월 전부터 자동차 반납을 생각해왔지만 다른 은행에까지 영향을 미칠까봐 결정을 미뤄왔다”며 “9월 중순 은행이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한 데 대한 보답의 표시로 맘을 굳혔다”고 토로했다.
그는 “앞으로 어떤 일이 있어도 은행이 제공하는 차를 쓰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꼭 차를 쓸 일이 있으면 조합비로 구입한 승합차를 이용하거나 노조 간부의 차를 빌려 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 사는 이 위원장은 “오늘 아침 지하철을 타고 출근했더니 출근 시간이 30분은 빨라졌다”며 웃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