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간의 유라시아 대장정을 마치고 8일 인천 부평구 청천동 대우인천차(옛 대우차 부평공장)에 도착한 영국인 모험가들을 닉 라일리 GM대우 사장과 직원들이 맞이하고 있다. -사진제공 GM대우
‘하나∼, 둘∼, 셋∼.’
8일 오전 대우인천차(옛 대우차 부평공장) 임직원 2000여명이 한 목소리로 외치자 4개월 전 GM대우의 칼로스에 몸을 실고 ‘유라시아 대장정’에 나섰던 영국인 2명이 환영식장에 들어섰다.
리처드 메레디스(55·작가)와 필 맥너니(26·대학원생)가 영국의 루턴시(市)를 출발한 것은 6월 9일. 유럽과 아시아의 25개국, 1만8250km에 이르는 기나긴 여정을 끝내고 이날 칼로스의 산실에 도착한 것.
메레디스씨는 “간담이 서늘할 만큼 어려운 일도 적지 않았지만 칼로스가 훌륭한 동반자가 됐다”며 “여러분들이 좋은 차를 만들어줘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의 모험은 국제 자선단체인 ‘SOS 어린이 마을(SOS Children’s Villages)’을 위한 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 후원할 업체를 찾던 이들에게 제너럴모터스(GM)가 손을 내밀었다.
‘SOS 어린이 마을’은 오스트리아에서 1949년 설립된 단체로 현재는 전 세계 130개로 확산됐다. 국내의 경우 1963년 전쟁고아 등을 돌보기 위해 유럽 외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대구에 설립됐다. 대장정 동안 각국에서 모은 5만유로와 GM이 기부한 1만달러는 9일 대구에 있는 ‘SOS 어린이 마을’에 전달되며 세계 각국의 버려진 아이들을 위해 쓰일 예정이다.
8월 말로 예정됐던 도착일이 늦어진 것은 예기치 못했던 장애 때문. 베트남에서는 대륙횡단 허가를 얻지 못해 세관 창고에 억류됐고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사막의 모래 바람에다 터널이 붕괴돼 군용 수송기에 실려 나오는 일도 생겼다. 중국과 북한을 거치려던 계획도 수포로 돌아갔다.
맥너니씨는 “포장도로도 없고 섭씨 40도를 웃도는 기후에서도 칼로스는 아무 문제없이 씩씩하게 갔다”고 말했다. 대장정에 사용된 칼로스는 1.4L 해치백 스타일로 험한 길을 달릴 수 있도록 서스펜션과 차체의 밑부분을 보강했다. 메레디스씨는 “최근 몇 년 사이 대우차가 아주 어려운 상황을 겪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칼로스와 같은 차가 GM대우의 재건에 큰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천=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