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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집값 잡을 강력대책 내놓기 전에…

입력 | 2003-10-09 17:57:00


2000년 말에 이런 일이 있었다.

국내의 대부분의 민관연구기관들이 ‘2001년에는 집값이 떨어진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자 당시 주택정책 수립을 맡고 있던 건설교통부의 한 관계자가 “부동산 값을 두자릿수 이상 올려놓겠다”고 공공연히 떠들고 다녔다. 이후 부동산 부양책이 쏟아져 나왔고 2001년 6월부터 집값은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최근 2년간 지속되고 있는 집값 상승도 정부가 외환위기가 터진 직후부터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목적에 집착해 과도한 부동산경기 부양책을 쏟아낸 결과였다.

물론 집값이 전적으로 부동산 정책 때문에 오른 것은 아니다. 넘치는 부동자금과 저금리,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투자상품 부재(不在) 등 금융부조화가 주 원인이었다. 지금도 이런 원인들이 해결되지 않고 있어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지금 주택시장만 놓고 보면 집값 상승세가 장기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내년부터는 2001년 이후 착공된 아파트들의 입주가 시작되면서 수도권의 수급불안도 크게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 최종찬(崔鍾璨) 건교부 장관도 이 같은 점을 근거로 “강남지역 집값이 정점(頂點)에 있다”며 “조만간 떨어질 테니 다른 곳에 투자하라”고 충고할 정도다. 건교부의 말이 맞기를 기대한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집값을 잡겠다”고 말한 뒤 정부의 집값 잡기 움직임이 부산해졌다.

재정경제부에서는 “반(反) 시장적인 대책을 포함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엄포를 놓을 정도다. 집값이 꾸준히 오르고 전 국민이 모두 부동산 시장만 바라보는 상황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이해되는 움직임이다.

하지만 반시장적인 대책이 불러올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무엇보다 이제부터는 정부가 내놓는 대책이 제발 시장원리에 맞기를 기원한다. 엉뚱한 대책으로는 벼룩도 못 잡으면서 초가삼간만 태우고 말기 때문이다.

그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 않은가.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