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기아-SK의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양팀 사령탑의 관심은 온통 ‘기아의 발’에 쏠렸다. 그도 그럴 것이, 정규시즌에서 146개의 도루로 8개 구단 중 1위를 차지한 기아는 1번 이종범(50개), 2번 김종국(31개)이 뛰는 야구로 상대를 헤집는 게 주무기이기 때문.
SK의 조범현 감독은 “둘을 어떻게 막느냐가 중요하다”고 했고 기아 김성한 감독도 “SK 선발 채병용의 폼이 크기 때문에 종범이와 종국이가 어떻게 발로 활약을 해주느냐가 승부의 관건”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작 승부를 가른 것은 ‘SK의 발.’ SK는 1회 2사 2, 3루에서 기아 투수 김진우가 2루 견제구를 던지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 3루주자 김민재가 잽싸게 홈스틸을 시도해 선취점을 얻었다. 허를 찌르는 기습작전. 포스트시즌에서 홈스틸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K의 이광길 3루 코치는 “이런 상황을 가정해 연습을 많이 한 작전인데 정규시즌에선 써 먹을 기회가 없었다. 포스트시즌에서 처음 사용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밝혔다.
2회 초 2사 1루에서 조원우의 좌중간 2루타 때 기아 중견수 이종범이 한번 볼을 놓치며 더듬자 1루주자 안재만이 홈까지 뛰어든 것도 SK의 발을 실감케 했다.
1, 2회 잇따라 나온 SK의 번개 같은 주루 플레이에 기아 선수들은 넋을 잃었다.
광주=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