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플레이오프 SK-기아의 2차전 5회초. SK 조원우가 1사 1루 상황에서 기아 선발 존슨의 2구째를 받아쳐 좌중월 투런 홈런을 터뜨리고 있다. 광주=뉴시스
‘데이터의 야구’는 무서웠다.
“포스트시즌에서 정규시즌 성적은 단지 참고자료에 불과할 뿐, 믿을 게 못 된다”고 하는 감독도 있지만 적어도 올해 플레이오프에선 데이터가 고스란히 성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데이터를 철저히 신봉하는 SK 조범현 감독이 사령탑으로 첫 ‘가을의 축제’에 참가한 ‘초보’임에도 포스트시즌 4연승을 달리고 있는 이유다.
10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기아와 SK의 플레이오프 2차전. 전날 1차전에서 상대 전적 2승1세이브 평균자책 3.60으로 SK 선발투수 중 기아전에 가장 강했던 채병용을 내세워 성공한 SK는 이날도 ‘기아 킬러’가 한 건을 올렸다. 주인공은 톱타자 조원우.
정규시즌에서 기아 선발 존슨에게 5타수 2안타(0.400) 2타점으로 강했던 조원우는 5회 1사 1루에서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결승 2점포를 터뜨려 팀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이로써 SK는 5전3선승제의 플레이오프에서 2연승해 남은 3경기에서 1게임만 이기면 한국시리즈에 오르는 절대 유리한 고지에 섰다.
역대 플레이오프에서 한 팀이 먼저 2연승한 것은 모두 12차례. 이 가운데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한 경우는 96년 쌍방울과 99년 삼성의 두 차례밖에 없었다. 안방에서 2연패의 치명타를 맞은 기아는 이제 성공확률 16%의 낮은 ‘생존게임’에 도전해야 한다.
경기 초반은 0의 행진이 계속되는 투수전 양상이었지만 분위기는 1차전에서 이겨 기세가 오른 SK쪽으로 흘렀다. 1회 1사 1, 3루와 2회와 4회 무사 1루 등 거듭된 찬스를 놓친 SK는 5회 조원우의 ‘카운터 펀치’ 한 방으로 균형을 깼다.
SK 선발 스미스는 최고 147km의 직구와 싱커,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를 섞어 가며 6과 3분의 1이닝 동안 삼진 5개에 2안타 무실점으로 기아 타선을 틀어막았다. 마무리로는 빠른 7회에 조기 투입된 사이드암스로 투수 조웅천도 2와 3분의 2이닝을 1안타 무실점으로 막아 제 몫을 다 했다. 기아는 이날 단 한 명도 3루를 밟아보지 못했을 만큼 철저하게 봉쇄당했다.
플레이오프 3차전은 인천 문학구장으로 장소를 옮겨 12일 오후 2시에 열린다.
광주=김상수기자 ssoo@donga.com
전 창기자 jeon@donga.com
●양 감독의 말
▽조범현 SK 감독=선수들이 워낙 잘해 주고 있다. 당초엔 큰 경기에서 선수들이 긴장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경기를 하면 할수록 더 집중력을 보이고 있다. 이기겠다는 신념이 어느 때보다도 강한 것 같다. 선발 스미스는 최근 볼 끝이 아주 좋아졌다.
▽김성한 기아 감독=투수는 잘 던지는데 방망이가 못 치니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 4회 공격 무사 1루에서 김종국이 번트를 실패한 게 뼈아팠다. 김종국 같은 베테랑 선수가 어떻게 그런 번트를 대는지 이해가 안 된다. 남은 경기에선 타순조정도 고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