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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흐르는 한자]煮 豆 燃 ¤ (자두연기)

입력 | 2003-10-12 17:29:00


煮 豆 燃 ¤(자두연기)

煮-삶을 자 燃-태울 연

¤-콩대 기 遺-남길 유

悖-어길 패 釜-가마솥 부

‘이웃사촌’이라 하여 옛날 같으면 다정스럽기 그지없었던 이웃도 이제는 조그마한 이익 때문에 서로 얼굴을 붉히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된다. 그런데 지금은 부모와 자식간에, 또는 형제자매간에도 그런 경우를 보는데 이른 바 骨肉相爭(골육상쟁)이다. 遺産(유산) 때문에 형제가 갈라서는 경우는 흔하며 심지어는 부모를 살해하는 悖倫(패륜)도 가끔 보인다.

骨肉相爭은 옛날에도 있었는데 대체로 權力(권력) 때문에 빚어지곤 했다. 唐太宗(당태종) 李世民(이세민)은 아버지 高祖(고조) 李淵(이연)이 큰형 李建成(이건성)에게 帝位(제위)를 물려주려고 하자 그만 형을 죽이고 아버지를 위협하여 帝位를 차지했다. 또 東漢(동한)말의 實勢(실세) 曹操(조조)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는데 큰아들 曹丕(조비)는 아버지를 닮아 여러 분야에서 재능이 뛰어났다. 중국 최초로 문학비평을 썼는가 하면 역시 최초로 7언시를 짓기도 했다. 한편 둘째 아들 曹植(조식)은 어떤가. 비록 정치적인 능력은 형에 뒤졌지만 문학과 武藝(무예)에서는 형 못지 않았다. 曹操는 그런 曹植이 더 맘에 들었던지 수차 그를 太子에 冊封(책봉)하고자 했다. 曹丕의 눈에는 曹植이 눈엣가시처럼 보였다. 마침내 조조가 죽고 큰아들 曹丕가 魏나라를 세우니 이가 文帝(문제)다.

하루는 文帝가 東阿王(동아왕)으로 책봉되어 있던 동생 曹植을 불러 말했다.

‘내가 일곱 걸음을 걷는 동안에 시 한 수를 지어라. 그렇지 않으면 엄벌에 처하겠다.’

평소부터 고깝게 보아왔기 때문에 이 기회에 그를 해칠 생각이었던 것이다. 曹植은 난감했다. 시를 지을 수가 없어서 라기 보다는 어쩌다 형제 사이가 이렇게 되고 말았는가 하는 점이 더 안타까울 뿐이었다.

그는 벌떡 일어나 즉석에서 다음과 같은 시를 지었다.

煮豆燃豆기(자두연두기)-콩을 삶음에 콩깍지를 태우니,

豆在釜中泣(두재부중읍)-콩은 가마솥에서 울고 있네.

本是同根生(본시동근생)-본디 같은 뿌리에서 나왔거늘,

相煎何太急(상전하태급)-왜 이리도 다급하게 지져대는고.

형제라면 서로 돕고 위로해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서로 물고 뜯고 싸우고 있으니 이 보다 더한 슬픔이 어디 있으랴. 曹植의 유명한 ‘七步詩’(칠보시)다.

그의 뛰어난 文才(문재)와 가슴을 도려내는 듯한 내용에 文帝도 그만 얼굴을 붉히면서 자신의 잘못을 뉘우쳤다고 한다. 煮豆燃기는 형제간의 骨肉相爭을 뜻한다.

鄭錫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 중국문화 sw478@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