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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베스트닥터의 건강학]고위험 임신

입력 | 2003-10-12 18:10:00

전종관 교수가 태아의 초음파 화상을 살펴보고 있다.김미옥기자 salt@donga.com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전종관 교수(44)는 1994년 전임의 때 진료했던 재생불량성 빈혈 환자를 잊지 못한다. 전 교수는 그 임신부에게 “혹시 무슨 일이 있으면 밤에라도 연락하라”고누누이 당부했다. 환자는 가족에게 “의사 선생님이 각별히 신경 쓴다”고 자랑했다. 그런데 어느 날 환자측에서 연락이 왔다. 태반이 떨어져 집 부근의 병원 응급실로 옮겼지만 과다 출혈로 숨졌다고….

그에게는 이렇게 숨지거나 아픔을 겪은 6, 7명에 대한 기억이 늘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뼈가 잘 부러지는 유전병 때문에 10번의 낙태수술을 받은 임신부가 고민 끝에 낳은 아기가 1주일 만에 숨졌을 때, 하반신 마비 환자가 성공적으로 낳은 아기가 나중에 교통사고로 숨진 것을 아기 엄마로부터 전해 들었을 때….

물론 그로부터 삶의 기쁨을 얻은 환자들이 훨씬 많다. 주위에서는 “전 교수는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행복하게 여긴다. 오후 4시반이 진료 마감 시간이지만 그는 6시 이후에도 진료하는 일이 많다”고 귀띔한다. 서울대병원 직원 중에는 첫째 아이를 전 교수를 통해 낳고 그의 해외연수 기간에는 피임했다가 둘째 아이를 전 교수가 귀국해서야 낳은 사람도 있다.

―산부인과의 주산기학(周産期學)에 대해 설명해 달라.

“요즘에는 ‘모체-태아 의학’이라고도 부른다. 환자들은 아기가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지, 뱃속에서 힘들어하지는 않는지, 내가 잘 낳을 수 있는지를 궁금해 하는데, 이를 다룬다. 의사로서는 조산의 기미가 있는 아기를 뱃속에 1, 2주 더 있게 할지, 중환자실에서 키울지 득실을 재는 등 임신부가 건강한 아기를 낳을 수 있도록 산전 진단에서부터 출산 관리까지 신경을 쓰는 것이다.”

―임신중독증의 유전자를 찾는 데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임신중독증은 무엇인가.

“임신 고혈압이라고 부른다. 임신부의 혈압이 상승하면 간, 신장 등에 부담이 생긴다. 태아는 혈액을 공급받지 못해 잘 못 자라고 더러 양수가 너무 적어 사망하기도 한다. 가족력, 유전자 이상, 고령,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에게서 잘 생긴다. 임신중독은 첫 경험에서 임신한 경우 잘 생긴다. 또 재혼을 한 경우에도 첫 관계에서 임신하면 많이 생긴다.”

―기형아 출산 때문에 걱정하는 임신부가 많은데….

“풍진에 걸리면 기형아가 태어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임신 전 풍진 백신을 맞는 것이 좋다. 예방주사를 맞고 3개월 동안 피임해야 한다. 엽산을 복용하면 신경관 결손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또 고양이를 통해 기생충이 감염돼도 기형아를 출산할 수 있으므로 접촉을 피하도록 한다.”

―만약 풍진에 걸린 것으로 의심되면 아기를 지워야 하나.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다. 많은 임신부들이 혈액을 통한 항체 검사에서 풍진 양성으로 나오면 유산부터 생각하는데 대부분 전혀 문제가 없다. 항체 검사에서 양성으로 나왔다는 뜻은 풍진에 걸렸을 가능성이 있어 정밀검사가 필요하다는 것을 뜻할 따름이다. 임신 23∼24주에 탯줄을 통해 태아혈액의 항체를 검사하고 태아에게 엄마의 바이러스가 옮겨 갔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 경우에도 모두 기형아가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

전 교수는 “임신부가 기형아 검사의 뜻을 잘못 알고 근거 없이 유산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걱정했다.

기형아 선별 검사결과 양성이라고 아기가 기형이고, 음성이라고 아기가 정상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 기형아 선별검사는 산모의 혈액에서 호르몬 수치를 검사하고 나이, 병력, 임신기간 등을 고려해 보다 정밀한 검사가 필요한지를 골라내는 것이다. 예를 들면 다운증후군 선별검사에서 이 병을 갖고 태어날 확률이 270분의 1 이상이면 양성, 이하이면 음성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임신 초에 유산이 많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왜 그런가.

“이전에는 임신부가 무리해 유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요즘에는 아기 쪽에 절반 이상의 원인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염색체 이상으로 태어나도 건강하게 살 수 없는 아기가 임신 초기에 ‘자살’을 택하는 것이다. 임신부가 조심하지 않아 유산했다고 몰아붙이면 안 된다. 요즘 임신 말기에 미국에 가서 출산하는 ‘원정출산’이 임신부와 태아 건강에 해롭다는 주장도 있지만 사실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반복적으로 유산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 치료가 가능한가.

“불행히도 특별한 치료법이 없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다섯 번 유산한 여성의 60%가 결국 아기를 갖게 된다는 점이다. 포기하지 않고 관계를 계속 갖다 보면 좋은 소식이 오는 것이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임신과 분만 명의들▼

▽김암(49)=산전 초음파, 산전 정밀초음파 등을 이용한 산전 진단을 통해 교정이 가능한 태아의 기형을 조기에 진단하고 태내에서 교정해 주고 있다. 국내 최초로 양수가 너무 적거나 만삭 이전에 양수가 흘러나오는 조기 양막파수 환자들을 양수 주입술을 도입해 치료하고 있다. 현재 대한 주산의학회 학술위원장을 맡고 있다.

▽윤보현(48)=1990년 빈혈로 생명이 위태롭던 태아를 탯줄을 통해 수혈하는 방법으로 살리는 데 국내 처음으로 성공했다. 뇌성마비의 주원인이 자궁내 감염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입증했다. 이 밖에 지난 10년 동안 태아손상과 조산에 관련된 약 70편의 논문을 해외학술지에 게재했으며 이 논문들은 외국에서 발행하는 각종 교과서에서 인용되고 있다.

▽박문일(51)=태아 심장박동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다. 자궁경부무력증 환자 150여명을 복부수술로 치료했으며 이는 세계 최다수준이다. 고위험 임신과 의공학 분야를 접목, 태아심장박동 자동측정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세계산부인과학회 최우수임상연구논문상, 대한주산의학회 최우수 학술상, 한국모자보건학회 공로상, 한양대 최우수 교수상 등을 받았다.

▽박용원(53)=자궁 동맥과 탯줄동맥의 도플러 파형분석을 이용해 고위험 임신부의 예후를 예측, 적절한 분만 시기를 결정하고 치료법을 선택해 신생아의 생존율을 크게 높이고 있다. 태아의학회 부회장과 대한산부인과 초음파학회 학술위원장을 맡고 있다. 용인세브란스병원장으로 재직하며 개원의사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 및 연수를 시행하고 있다.

▽양재혁(43)=2000년 국내 최초로 초음파 검사를 이용한 조산 조기진단법을 국제학회에 발표했다. 2002년에는 초음파를 이용해 정상 태아의 신체 각 부위가 엄마의 임신 기간에 따라 얼마나 자라는지 표준 평균치를 측정, 발표했다. 국내 최초로 한국 선천성 기형 모니터링 구축을 위한 다기관 공동연구를 시행해 발표, 기형 연구의 토대를 닦았다.

▽이근영(50)=양막이 팽창돼 자궁 경관이 열려 유산하게 되는 자궁 경관 무력증 산모에게 80∼580cc의 양수를 빼낸 다음 수축된 자궁을 묶어 주는 ‘양수 감압술 후 응급 자궁 경관 봉축술’을 국내 최초로 실시했다. 현재까지 100명 이상에게 시술했으며 성공률은 95%. 고위험 임신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대한태아의학회 학술위원장을 맡고 있다.

▽노정래(42)=고위험 임산부의 조기 선별과 컬러 도플러 초음파를 이용한 정확한 산전 진단으로 정평이 나 있다. 타 의료진과의 팀제 운영을 통해 고위험 임신부의 안정적 진료와 분만을 유도하고 있다. 친절하고 상세한 설명으로 산모와 보호자로부터 ‘친절한 의사’로 선정됐다. 현재 미 워싱턴대에서 연수 중이며 10월 말 귀국한다.

▽송태복(53)=자연분만시 회음부가 찢어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는 ‘하하하 분만법’을 개발했다. 세계산부인과학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 학회를 비롯해 국제학회의 단골 연사이기도 하다. 제10회 과학기술 우수논문상을 받았다.

임산부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홈페이지(http://chonnam.chonnam.ac.kr/∼tbsong/index.html)를 운영하고 있다.

▽서경(54)=자궁경관과 질 등에 있는 세균의 변화에 따른 조기산통 및 조기파막, 산후 감염과의 관련성 연구를 통해 임신부의 사망을 줄이고 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조기 진통의 원인, 태반의 임신부 및 신생아 감염 관련성 등에 대한 많은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최근 임신 중 감염과 조기 진통의 진단, 예방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어떻게 뽑았나▼

임신 및 분만 부문에서는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전종관 교수가 베스트 닥터로 선정됐다. 이는 전국 18개 대학병원의 산부인과 교수 79명에게 △자신의 가족에게 임신부가 있을 때 진료를 부탁하고 싶고 △최근 3년 동안 진료 및 연구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인 의사를 5명씩 추천받아 집계한 결과다. 2001년 본보의 ‘베스트 중견의사’ 시리즈에서는 윤보현 교수가 수위를 차지했지만 이번에는 후배인 전 교수가 선배보다 추천을 더 많이 받은 것. 윤 교수가 서울의 주요 대학 교수들로부터 집중적인 추천을 받았다면 전 교수는 지방대 교수들로부터 고른 추천을 받았다. 윤 교수와 용인세브란스병원 박용원 원장, 강남성심병원 이근영 교수는 전 교수에 버금가는 추천을 받으며 2위권을 형성했다.지금껏 시리즈에서 병원장을 맡은 의사는 환자를 많이 볼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추천을 덜 받는 경향이 있는데, 박 원장은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고른 추천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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