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능에 문제가 생겨 성관계를 회피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국내의 경우 남녀 각각 40대의 28%와 38%, 50대의 38%와 37%, 60대의 39%와 54% 정도다.
성기능을 10년 일찍 노화시키는 당뇨병은 남성 성기능장애의 가장 흔한 원인이며 같은 연령층의 정상인에 비해 발기장애가 3∼4배 많다. 30대 초반 당뇨병 환자의 25%가, 60대 초반 당뇨병 환자의 75%가 발기장애를 호소한다.
발기장애는 보통 수개월 내지 수년에 걸쳐 서서히 발생하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진행된다. 또 발기부전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 10명 중 1명은 거꾸로 당뇨병을 발견하기도 한다.
다소 엉뚱하긴 하지만 57세인 K씨의 사례 하나. K씨는 바람이 나서 몇 년간 딴살림을 하다가 가정에 복귀했다. 그런데 느닷없이 발기장애가 나타났다. K씨는 부인이 앙심을 품고 발기가 되지 않는 약을 몰래 먹인 것이라고 오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검사결과 당뇨병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뇨병으로 인한 발기장애는 당뇨병을 앓은 기간이나 정도에 비례하지는 않는다. 당뇨병이 치료됐다 해서 발기장애가 반드시 개선되는 것 또한 아니다.
당뇨병 환자의 발기장애는 말초신경병과 발기동맥의 경화증으로 발생하지만 신체적 열등감, 합병증에 대한 공포감, 음식제한으로 인한 정력 감퇴 등 심리적 요인으로 인해 더욱 나타나기 쉽다.
당뇨병 환자는 발기력이 약하기 때문에 성관계가 끝나기 전 음경의 힘이 빠질 수도 있다는 걱정을 많이 한다. 이 때문에 오히려 조루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때로 사정을 해도 정액이 나오지 않고 거꾸로 방광으로 들어가기도 하며 설령 나온다 해도 양이 매우 적을 수도 있다.
여성에게도 당뇨병은 성적 흥분이나 오르가즘을 막는 직접적 원인이 된다. 이로 인해 성욕이 감퇴되기도 한다. 최근 '화이자 글로벌 조사'에 따르면 국내 40∼80세 남녀의 당뇨병 유병률은 각각 47%, 41%로 세계평균 11%, 9%보다 월등히 높다. 그러나 건강검진을 받는 남녀는 각각 47%, 41%로 세계평균 73%, 77%보다 매우 낮아 평소 건강관리가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세철 중앙대 용산병원 비뇨기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