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플레이오프 2차전 경기가 끝난 뒤 열린 기자회견장.
먼저 인터뷰가 끝난 뒤 자리를 뜨던 SK 조범현 감독(43)은 회견장으로 들어오던 이날의 승리투수 스미스를 보자 대뜸 손을 들어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그라운드도 아니고 기자회견장에서 마주친 선수와 하이파이브를 하는 것은 처음 보는 장면.
조 감독이 평소 선수들을 얼마나 격의 없이 대하는가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SK 조원우는 “감독님이 너무나 선수들을 편하게 해주신다. 그러다 보니 선수들이 알아서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 있다”고 선수단 분위기를 전했다.
‘맏형’처럼 자상하게 선수단을 이끄는 SK 조범현 감독(43). 이 그렇다고 지도자로서의 ‘카리스마’가 부족할까. 철저한 자료를 근거로 적재적소에 선수를 배치하고 전략을 짜는 조 감독의 ‘데이터 야구’에 선수들은 혀를 내두른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도 그의 작전은 100% 들어맞았다. 삼성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 삼성 타자들이 까다롭게 여기는 왼손 김영수를 과감하게 1차전 선발로 기용해 성공을 거뒀고 기아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선 선발투수 중 기아전에 가장 강한 채병룡을 내세워 승리를 따냈다.
12일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도 조 감독의 용병술은 기가 막혔다. 1, 2차전에서 맹활약한 안재만 대신 기아 선발 리오스에 올 시즌 10타수 4안타로 강했던 정경배를 스타팅으로 내세워 재미를 봤다. 4-3으로 역전한 3회말 2사 2, 3루에선 기아가 ‘잠수함’ 신용운으로 승부수를 띄우자 앞선 타석에서 안타를 때려낸 조경환을 빼고 왼손타자 양현석을 대타로 기용했다. 양현석은 승부를 가름하는 2타점짜리 적시타를 터뜨려 감독의 기대에 부응.
경기흐름을 읽어내는 냉철함과 철저한 상대분석, 과감한 승부수에 절대로 흥분하지 않는 침착함까지. 조 감독은 도대체 포스트시즌 초보 사령탑 같지가 않았다.
인천=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