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경제장관회의에서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오른쪽) 등 참석자들이 경제정책에 관해 협의하고 있다. -권주훈기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재신임 발언’이 가뜩이나 침체를 면치 못하는 한국 경제에 또 하나의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경제에 치명적 영향을 주는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경기회복 시기가 늦춰지고 한국의 대외신인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2일 각 경제부처에 따르면 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은 14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해 세계 경제인들과 만날 예정이다.
재경부는 15, 16일경에는 미국 뉴욕 및 워싱턴에서 헤리티지재단 및 미 금융 관계자들을 초청해 한국경제설명회(IR)를 가질 계획이다.
또 산자부는 13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리는 ‘2003 서울포럼’에서 JP모건 등 세계 유수의 기관투자가 관계자 100여명을 대상으로 한국의 투자 환경을 홍보할 예정이다.
정부 당국자는 “이들 행사는 모두 ‘재신임 발언’ 전에 계획된 행사”라며 “분명히 외국 투자자들이 재신임 발언 배경이나 파장 등을 물어볼 텐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또 ‘재신임 정국’에 따른 정치적 불투명성 확대로 주요 기업의 대규모 투자 결정이 늦춰지면서 경기회복에 더 ‘빨간 불’이 켜졌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한 대기업 임원은 “적은 금액은 모르겠지만 1000억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는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치 상황이 이렇게 복잡하게 돌아가면 기업이 투자계획을 수립하기가 더 어려워진다”고 털어놓았다.
해외투자 및 대외신인도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연세대 정창영(鄭暢泳·경제학) 교수는 “재신임 발언 전에도 미국이나 일본 등 주요 국가의 전문가들에게서 ‘한국이 정치적으로 불안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재신임 발언은 이 같은 불확실성을 극도로 증폭시키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특히 “국가 신인도 하락과 리더십 결함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원인으로 대두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미 올 3·4분기(7∼9월) 외국인의 대한(對韓) 직접 투자는 9억69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9.9%나 감소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위평량(魏枰良) 사무국장은 “대통령 발언이 정치적으로는 어떤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경제적 측면에서는 너무도 불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고기정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