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사회를 위한 시민회의’를 이끄는 사람들이 8일 오전 운영위원회 참석차 모였다. 앞줄 왼쪽부터 유세희(한양대 부총장), 도준호(명지대 초빙교수), 송두빈(‘경제풍월’ 고문), 김승호(연세대 특별초빙교수·전 외무부 본부대사), 가운뎃줄 왼쪽부터 조중근(시민회의 사무처장), 이훈구(연세대 교수), 봉두완(클린인터넷 국민운동본부장), 김광명(한양대 교수), 김석준(이화여대 교수), 석종현(단국대 교수), 최병일(이화여대 교수), 김윤곤(삼성언론재단 미디어연구실 위원), 한영탁(영덕신문 발행인 겸 사장), 노부호(서강대 교수), 뒷줄 왼쪽부터 조희문(상명대 교수), 김창남(경희대 교수), 김민호(성균관대 교수), 유민봉(성균관대 교수). -원대연기자
《‘바른 사회를 위한 시민회의’(공동대표 김석준)는 “바른 사회란 확고한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체제가 실현된 사회”라고 주장한다.이에 동의하는 각 분야 지식인들이 ‘바른 사회를 위한 시민회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침묵하는 다수’의 시민들을 대변하며 국정을 감시하고 정책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나아가 이 활동을 자발적 시민운동으로 확산시키는 한편 앞으로 시민사회를 주도할 차세대 인재들을 양성하는 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운영위원회=“인터넷을 통한 상담활동을 계속하면서 4·4분기에는 서울 종로구 무악동 영세주민들을 대상으로 ‘가난의 대물림’ 현상을 연구할 계획입니다.”(이훈구 ‘일하는 복지사회운동’ 본부장·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현재 체납액이 세수(稅收)의 약 10%를 차지합니다. 열 명 중 아홉 명이 나머지 한 사람의 세금을 대신 나눠 내는 셈이지요. 이를 막을 방안을 찾아볼 계획입니다.” (조동근 경제제도연구센터 소장·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8일 오전 열린 ‘바른 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운영위원회.
8일 오전 8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바른 사회를 위한 시민회의’(이하 시민회의) 운영위원회에서는 이 단체의 올해 3·4분기 사업실적 보고와 함께 4·4분기 사업계획을 논의하는 활발한 토론이 이뤄졌다. 창설된 지 1년 반 만에 시민회의가 한국사회의 주요 시민단체로 성장하는 데 기여해 온 핵심 인사들이 이날 한자리에 모여 갖가지 사회문제들에 대한 해결방책을 논의하고 있어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시민회의는 시민운동단체지만 그 최고의결기구인 운영위원회의는 대부분의 구성원이 학자이다. 시민회의의 공동대표나 산하 10개 활동기구의 대표도 대학교수가 대다수를 차지한다. 김 공동대표는 “장기적으로는 일반시민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해야겠지만, 지금은 시작단계이기 때문에 사회 각 분야에서 전문지식을 가진 지식인들이 주도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현재 행정분야에 김 공동대표, 여성분야에 김태련 한국어린이육영회장, 홍보분야에 봉두완 클린인터넷 국민운동본부장, 법률분야에 석종현 단국대 교수(법학), 정치분야에 유세희 한양대 부총장, 경제분야에 송병락 서울대 교수, 언론분야에 유재천 한림대 교수, 교육분야에 이군현 한국교총 회장 등이 공동대표를 맡아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또한 이훈구 조동근 교수 외에 노부호 경영환경개선운동본부장(서강대 교수), 김재한 바른정치운동본부장(한림대 교수), 유민봉 바른행정본부장(성균관대 교수), 강훈 사법개혁센터 소장(변호사), 권대봉 교육포럼 회장(고려대 교수), 남중구 바른언론포럼 회장(동아일보 21세기평화연구소장), 김종헌 문화예술인포럼 회장(한국예총 사무총장) 등이 산하의 활동기구 대표로 시민회의를 이끌고 있다.
▽비판과 정책대안 제시=시민회의의 홈페이지(www.cubs-korea.org)에는 사회 현안에 대해 매일 한 건 이상의 성명서 또는 논평이 올려진다. 회원들이 현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 내부의 실무간사들이 이를 종합해 운영위원을 비롯한 전문가들의 조언을 얻은 후 사안에 따라 성명서 또는 논평의 형식으로 게재한다. 이 중 주요 사안은 정책토론회의 주제가 되기도 한다. 그동안 매달 1회 이상의 정책토론회가 열렸으며 4·4분기에는 매주 정책토론회가 예정돼 있다. 조중근 시민회의 사무처장은 “시민회의의 입장은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체제의 원칙에 맞는가’, ‘대다수 시민의 뜻을 반영하는가’란 두 가지 원칙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했다.
올 2월에는 ‘대북 송금 어떻게 풀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하고 대북 비밀송금 의혹 규명을 촉구하는 집단시위를 벌였다. 작년 10월 15일엔 현대상선에 대한 산업은행의 4000억원 부당대출사건을 서울지검에 고발하기도 했다.
올 4월 이라크 파병 논란이 일자 국익을 위해 파병 지지를 밝히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한편 국회에 이라크전 파병안을 정부 원안대로 조속히 처리할 것을 청원하기도 했다. 나아가 평화유지군 창설법 제정에 관한 입법을 청원했다. 최근 이라크 전투병 추가파병에 관해서도 어떤 입장을 취할지 논의 중이다.
또한 이들은 그동안 세 권의 정책대안집을 단행본으로 발간하고 청와대, 국회, 정부기관 등에 보내 정책 입안에 참고하도록 했다. 2002년 8월 이명박 서울시장의 취임 직후 서울시정의 각 분야에 대한 정책제안을 담은 ‘서울시정의 바른길’을 내놓았고, 2002년 말에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각 분야의 정책대안을 담은 ‘바른 한국의 비전과 과제’를 출간하기도 했다. 16대 대통령선거가 끝난 직후에는 2002년 12월부터 올 2월까지 노무현 정부가 지향해야 할 정책방향에 관한 정책심포지엄을 개최했고, 그 성과를 모아 ‘바른 한국, 이렇게 만들자’란 정책대안집을 내놓았다.
김형찬기자·철학박사 khc@donga.com
▼학생-CEO대상 강좌 등 사회교육 활동도 적극적▼
‘바른 사회를 위한 시민회의’는 ‘바른 사회’를 지향하는 자신들의 뜻을 한국사회에 확산시키기 위해 ‘대학생 아카데미’, ‘최고경영자(CEO) 조찬포럼’ 등의 사회교육활동을 펴 오고 있다. 국내 거주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외국인 포럼’도 준비 중이다.
이 중 이들이 특히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대학생 아카데미’. 김석준 공동대표는 “시민사회를 이끌어 갈 다음 세대의 주역들이 폭넓은 안목을 가지고 세계를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어쩌면 시민회의의 가장 큰 과업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올 4월 4일 9주 프로그램으로 시작돼 1기생 121명이 수료했고, 7월 2기를 거쳐 9월부터 3기생을 위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매년 4회에 걸쳐 약 400명의 대학생을 배출하는 것이어서 적지 않은 수다.
대학생 아카데미가 가능한 것은 시민회의가 갖춘 전문 지식인들의 풍부한 네트워크 덕분이다. 3기 강좌에는 서울대 송병락, 성균관대 유민봉, 독일 자유베를린대 박성조 교수 등이 강사로 참여하고 있다.
강좌의 내용은 리더십, 정보화, 청년실업, 세계화, 시장경제, 정치와 정당개혁, 북한 민주화와 탈북자, 교육의 실상과 허상, 시민운동과 대학생의 역할 등 현대사회의 흐름을 점검해 볼 수 있는 주제와 대학생들의 다양한 당면 문제들을 포괄한다.
최병일 사무총장(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은 “어떤 특정 이념이나 사상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와 동북아를 조망하는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정치 경제 이슈를 골고루 접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강사는 대부분이 대학교수들이지만 일방적인 강의보다는 분임조 토론과 학습을 통해 능동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는 현재 지식인 중심 시민회의의 활동을 시민운동으로 널리 확산시켜 가려는 적극적인 노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