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실장님, 얼마 전에 신세진 것도 있는데 저녁에 술이나 진하게 한잔 합시다.”
“그 돈으로 생활형편이 어려운 노인을 돕는데 쓰도록 기부금을 내 주시면 어떨까요.”
지난해 7월부터 인천 남구청장 비서실에서 근무하는 조민수 실장(34)과 3명의 직원은 민원인이나 이 지역 기업인으로부터 일체 향응이나 술 접대 등을 받지 않고 있다. 활동비나 밥값 등으로 쓰라고 건네는 금품도 단호히 거부한다.
직원들은 대신 술을 사겠다거나 돈을 건네는 사람들에게 “정말로 우리를 도와 줄 생각이 있다면 혼자 사는 노인들을 위해 쓸 수 있도록 그 돈을 기부해 달라”고 요청한다.
지난해 10월 15일 관내에 있는 모 상가번영회 관계자가 비서실을 찾아왔다. 남구에서 불법 현수막 제거와 일방통행로 지정 등 상인들의 오랜 민원을 해결해 줘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다며 200만원을 들고 방문한 것.
조 실장과 직원들은 이 돈을 노인복지기금으로 내 달라고 제안했으며 이 관계자도 이를 흔쾌히 받아들여 인천시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전액 구에 기부됐다.
지금까지 비서실은 민원인이나 기업인이 건넨 돈을 혼자 사는 노인들을 위한 기금으로 받아 담당부서인 사회복지과에 보냈다. 이렇게 모아진 돈이 모두 2350만원이나 된다.
이들의 취지에 공감한 박우섭 구청장도 올 2월과 6월 고교 동문 등 친구들이 활동비로 쓰라고 준 돈을 선뜻 기금으로 내놓았다.
‘혼자만 깨끗한 척 하는 것 아니냐’는 일부의 비아냥거림이 없는 것이 아니지만 이들은 개의치 않는다.
“자식으로부터 버림받고 어려운 형편 때문에 끼니를 거르거나 병을 앓고 있는 노인들이 우리 관내에 너무 많았어요. 흔히 말하는 ‘검은 돈’을 받지 않고 노인들을 위해 쓴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인천지역의 10개 구·군 가운데 남구는 인구가 두 번째로 많을 뿐 아니라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도 9078명으로 가장 많다. 이 가운데 혼자 사는 노인도 1314명으로 역시 인천 전체(6580명)에서 가장 많다.
비서실의 제안으로 지난해 10월 기획팀과 총무팀 등 구의 72개 행정팀이 72명의 혼자 사는 노인과 결연을 맺고 매달 5만∼10만원의 생활비를 지원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노인들의 집을 찾아 청소와 목욕 등의 봉사활동도 벌인다.
또 같은 해 12월에는 68명의 직원이 ‘1% 사랑나누기 동호회’를 결성했다. 매달 받는 월급의 1%를 노인복지기금으로 내고 있다.
정 실장은 “정부 지원을 받아 우리 지역에 혼자 사는 노인들을 위한 수용시설을 건립하는 것이 직원들의 가장 큰 소망”이라고 말했다.
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