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내 외환시장에서 ‘디커플링(Decoupling·차별화)’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엔-원 디커플링을 유도해 달러화 약세에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디커플링은 최근 주식시장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국내 증시가 미국 증시에 따라 등락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탈(脫)동조화’ 현상이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자고 나면 연중최고치를 돌파하는 미국 증시와 달리 국내 주식시장은 750 선을 넘었으나 800 선 앞에서 주춤하는 8월 말∼9월 초의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증시에서 디커플링이 화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1년 12월부터 2002년 4월까지 디커플링은 국내 증시의 최대 화두(話頭)였다. 그때와 지금 다른 점이 있다면 당시에는 “미국은 떨어져도 우리는 오른다”는 쪽이었다면 지금은 그와 반대된 입장이라는 것. 2002년 1월부터 4월까지 미국 나스닥지수는 9·11테러, 분식회계 파문 등으로 인해 10% 이상 떨어졌지만 국내 종합주가지수는 풍부한 유동성과 내수부양책 덕분으로 30% 이상 상승했다.
최근 국내증시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내수경기 위축이다. 이달 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은 공격적인 매수를 재개하고 있지만 내국인에게 영향을 주는 체감경기는 계속 바닥권이다.
요즘 증권가에서는 금융주 강세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가계지출, 연체율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금융주, 특히 은행주를 외국인들이 대거 사들이고 있는 것을 내수경기 회복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동원증권 김세중 연구원은 “국내증시의 강세장 복귀는 삼성전자보다 은행주 상승과 함께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금융주 강세에 중대한 의미를 부여하기에는 펀더멘털과 수급 측면에서 아직 미심쩍은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국내은행들의 3·4분기(7∼9월) 연체율이 전 분기에 비해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5월 말 이후 몇 번 나타났던 외국인의 금융주 매수는 추세로 이어지지 못하고 금방 수그러드는 양상을 보여왔다. 과연 금융주가 경기회복의 ‘시그널’이 될지는 당분간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