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고비사막의 나란에 설치된 태양광·풍력 발전시스템. 유목민들에게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져 11일 준공식을 가졌다. -임소형기자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 보얀트-우하 공항에서 헬리콥터로 4시간 거리에 위치한 나란 솜(읍 정도의 행정구역). 11일 오후 이곳은 순수 한국 기술로 제작된 태양광·풍력 발전시스템 준공식으로 축제 분위기였다. 몇 주 전부터 이미 이 설비를 이용해 발전된 전기가 학교, 병원, 마을회관 등 공공시설에 공급되고 있었다. 마을대표 손토르는 “주민들을 대표해 한국에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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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유목민의 전통적인 주거형태는 천막으로 둘러싸인 원기둥 모양의 게르(Ger). 얼마 전만 해도 밤에는 게르 안보다 밖이 오히려 밝았다. 병원에서는 밤에 진료가 어려웠고, 흐린 날에는 학교 수업조차 쉽지 않았다. 불안정한 디젤발전기에 의존해 전기가 하루 5∼6시간밖에 공급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6월 고비사막 지역 유목민들에게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태양광·풍력 발전시스템을 설치하는 ‘두레(DURE)-고비(Gobi)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산업자원부 에너지관리공단이 지원하는 대체에너지기술개발사업의 일환으로 몽골 기간산업부와 함께 진행된 이번 사업에는 대성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대구도시가스㈜를 비롯한 3개 업체가 참여했다.
사막지역의 풍부한 일사량은 태양광 발전에 매우 유리하다. 난방을 목적으로 햇빛의 열에너지를 이용하는 태양열 방식과 달리, 태양전지에 빛을 쏘여 전자의 흐름을 유도해 전기에너지를 발생시킨다. 밤이나 햇빛이 부족한 겨울에는 바람을 이용한 풍력 발전이 가능하다. 사막에서는 일정한 속도로 거센 바람이 계속 불기 때문이다.
현재 나란에는 5kW급 태양광 발전시스템과 3kW급 풍력 발전시스템이 설치됐다. 흑백TV, 라디오, 조명전구를 1개씩 갖춘 게르 150호가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태양광·풍력 복합 발전시스템은 햇빛과 바람이라는 사막지역 특유의 기상조건을 최대한 활용하기 때문에 오염이 발생하지 않는다. 국내 기술만을 사용해 처음 해외에 설치된 이 시스템은 관련 제품 수출의 물꼬를 터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업 책임자인 한국에너지연구원 송진수 박사는 “이 사업이 대체에너지기술의 동북아 협력을 위한 기반을 조성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고비사막의 한겨울 기온은 영하 40도를 밑돈다. 이런 혹한에서 시스템이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또 모래가 날렸을 때 어떻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따라서 사업팀은 준공식 이후 1년간 현지 실증시험을 바탕으로 최적의 운영 방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사업팀은 10일 오후 울란바토르에서 태양광을 이용한 가로등과 분수대의 점등식 및 제막식도 개최한 바 있다. 11월에는 한국 주도하에 일본, 중국, 몽골이 참여하는 ‘제1회 동북아 신재생에너지 포럼’이 열릴 예정이다
나란·울란바토르=임소형 동아사이언스기자 sohy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