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피로증후군도 보험급여 대상 질병이기 때문에 의사가 의료보험을 적용하지 않고 진료비를 징수한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특별7부(이영애·李玲愛 부장판사)는 15일 의사 박모씨가 “만성피로증후군에 의료보험을 적용하지 않은 것을 위법으로 간주해 부당이득금을 징수한 것은 잘못”이라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환수처분 취소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심대로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의료보험 관련 법률은 모든 질병이 원칙적으로 보험급여 대상이라는 전제하에 보험급여 대상에 적합하지 않은 일부 사안들을 제한적으로 열거하고 있다”며 “만성피로증후군을 보험급여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별도 규정이 없기 때문에 보험급여 대상이라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만성피로증후군은 신경쇠약증의 일종으로 분류되는데 신경쇠약증은 의료보험 급여 대상”이라며 “보건복지부 장관도 원고에게 진료를 받은 환자들이 민원을 제기하자 1997년 9월 원고에게 만성피로증후군이 보험급여 대상이라는 점을 알린 바 있다”고 덧붙였다. 1996년 4월부터 만성피로증후군 전문 병원을 운영해 온 박씨는 환자 1명당 하루에 13만5000∼27만원의 진료비를 받아왔으나 일부 환자들의 민원 제기에 의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1999년 “의료보험을 적용하지 않고 진료비를 받은 것은 부당하다”며 10억여원의 부당이득금을 징수하자 소송을 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