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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웰빙族/검증! 웰빙族 성공과 실패 사이

입력 | 2003-10-16 16:24:00


《헬스클럽에서 몸에 붙는 트레이닝복을 입고 땀 흘리며 운동한다. 저칼로리 식품과 유기농 채소를 즐겨 먹는다. 요가와 스파에 빠져 있다. 건강과 다이어트가 생활의 화두다. 그런 당신은 ‘웰빙(well-being)족’이다. 하지만 당신의 라이프스타일이 정말로 육체적 정신적인 ‘건강’을 보장하는 것인지는 알기 어렵다. 하루 한 시간씩 운동해도, 고기는 피하고 저열량 식단을 고수해도, 일주일에 몇 번 요가를 해도 당신의 다이어트는 실패한다. 그런 당신은 ‘웰빙의 함정’에 빠져 있는지도 모른다. 혹시 유행하는 운동과 식단만을 좇고 있지는 않은가.》

동아일보 위크엔드팀은 늘어나고 있는 웰빙족에 대해 돋보기를 대어봤다. ‘잘 먹고 건강하게 살기’라는 원래 의미와 달리, 무조건 따라해야 하는 고급 라이프스타일처럼 유행하고 있는 웰빙 방식에 대한 문제제기다. 자칭 타칭 웰빙족인 남녀 4명을 선정해 운동 및 식생활 등 라이프스타일을 검증했다. 정신건강 검증은 제외했다. 성균관의대 정형외과 박원하 교수(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실장)와 숙명여대 한영실 교수(식품영양학)가 이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했다.

당신은 ‘진짜 웰빙족’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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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을 받다

9일 오전 11시 웰빙족 네 사람이 삼성서울병원 별관의 스포츠의학실로 모여들었다. 서울힐튼호텔의 판촉부 박성순 과장(37), 주부 문혜영씨(30), CJ㈜ 상품개발팀 오경림씨(26·여)와 ㈜태평양 아모레퍼시픽브랜드팀 황선민 과장(33)이다.

혈액을 뽑고 심전도를 측정한 뒤 오후 1시부터 3시반까지 검진과 상담을 받았다. 운동시 변화하는 혈압 및 심전도를 측정하고, 무릎과 허리의 근력을 테스트했으며, 복부비만과 유연성을 검사했다. 이를 바탕으로 박원하 교수가 적절한 운동법을 처방했다.

네 사람은 이날부터 12일까지 4일 동안의 식단을 기록한 뒤 한영실 교수에게 넘겨 바람직한 식단을 처방받았다.

검사 결과 네 사람 모두 운동과 식생활에 크고 작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저체중 당신, 운동은 그만

황선민 과장은 모인 사람 가운데 웰빙족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다.

결혼 5년차인 그는 은퇴한 아버지가 운영하는 농장에서 오레가노, 바질, 상추, 고추 등 유기농 채소를 키워 먹는다. 방목된 닭과 유정란만 사서 먹으며 육류보다는 생선회를 더 즐긴다. 외식을 할 때는 유기농 식당으로 유명한 ‘마켓 오’ 등 몇 개를 정해놓고 다닌다.

두 달에 한 번꼴로 스파에 다니며 집에서도 목욕물에 목욕 오일과 솔트, 슈가 등을 풀어넣고 ‘홈스파’를 자주 한다. 쉴 때는 아로마 초를 켜 놓고 와인을 마시며 음악을 듣는다. 주말이면 집 앞 한강변에서 아내와 함께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거나 빠르게 산보한다.

이런 황 과장은 “신체 기능은 정상이지만 심한 저체중이고 근육량이 너무 적다”는 판정을 받았다. 그는 키 180cm, 몸무게 58.2kg에다 체지방률은 10%에 불과해 33세 남성의 이상적인 체지방률(15∼21%)을 크게 밑돌았다.

박 교수는 그에게 근육을 만들기에 앞서 살을 찌워야 하므로 탄수화물 식이요법을 쓰라는 처방을 내렸다. 밥과 빵의 섭취량을 늘리라는 것. “극단적 처방을 내린다면 운동도 하지 말고 일단 많이 먹어야 한다. 살이 찐 다음 지금처럼 유산소운동을 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그가 4일간 먹은 양은 권장량에 비해 턱없이 적었다. 성인은 하루 2400∼2500Cal를 섭취해야 하지만 그의 섭취량은 하루 1800Cal밖에 안됐다. 그나마 일요일은 1174Cal로 더 적었다. 조기, 털게, 새우 등 해산물을 주로 먹었으며 자기 전에는 레드 와인을 2잔 마셨다.

한영실 교수는 “아침은 대충 먹거나 거르는 반면 저녁을 많이 먹는다. 저녁도 해산물 중심이라 칼로리가 높지 않다. 아홉 끼니 가운데 육류 섭취량이 100g 밖에 안됐다”며 “이런 식단은 비만형 남성에게는 바람직하지만 저체중의 황씨에게 오히려 해롭다”고 진단했다. 한 교수는 심장에 좋다며 마시는 와인도 체력이 약한 사람에게는 독이 된다며 대신 우유를 마실 것을 권했다.

프로젝트 참가자인 오경림씨가 무릎의 근력을 측정받고 있다. 축구하듯 발을 뻥 찼다가 뒤로 힘있게 당겨야 한다. 이종승기자

●‘살찌는 체질’은 없다

문혜영씨는 집에서 조미료를 만들어 먹는 주부다. 쇠고기와 다시마, 버섯, 호박, 양파 등 야채를 식품건조기에 넣어 2∼3일간 건조시킨 뒤 커터에 넣고 간다.

채소는 유기농 야채만 쓴다. ‘한살림’ ‘올가’ 등 유명한 유기농 가게를 애용하기도 하고 친정어머니가 기른 채소도 가져다 먹는다. 밥은 생수로 지어 먹는다.

건강관리를 위해 일주일에 적어도 네 번은 한 시간씩 유산소 운동을 한다. 아령으로 근육운동도 하며 새벽에는 요가도 가끔 한다.

문씨는 이처럼 노력하는데도 “살이 잘 찌는 체질이라” 몸매관리가 어렵다고 했다. 160cm에 57kg인 문씨는 전체적으로 우수한 평가를 받았으나 엉덩이 대비 허리의 굵기가 89%로 표준치(85%)보다 높았다. 스스로 초콜릿처럼 단 것을 가끔 폭식하는 식습관을 탓했다.

박 교수는 “살이 찌는 체질이란 없다. 너무 많이 먹기 때문”이라며 “운동은 지금처럼 하되 식생활을 조절할 것”을 권했다. 복부 비만은 아이를 낳았기 때문이라고 문씨가 항변하자 박 교수는 “빼려는 노력을 안 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몸의 지방은 부분적으로 뺄 수 없다. 배나 가슴이 먼저 살찌고 나중에 빠지는 것은 지방 세포가 많이 모여 있기 때문”이라며 “식이요법으로 전체 지방을 줄이고 꾸준히 운동해서 근육을 발달시키면 보디라인이 예뻐진다”고 말했다.

문씨는 이날 검사를 받은 뒤 살을 빼겠다며 다이어트 식단을 시작했다. 예를 들어 11일 아침은 생식을, 저녁은 밥 반 공기에 씹는 비타민을 먹었다.

한 교수는 문씨의 식단에 대해 “식사의 밸런스가 안 맞다”고 평가했다. 점심 때 먹는 열량이 아침, 저녁보다 많게는 10배 이상 먹는다는 것. 끼니마다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게 다이어트의 지름길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중국음식과 간식을 피하고 한국식 메뉴로 밥을 먹으면 열량은 같지만 포만감이 느껴져 덜 먹게 된다는 조언이다. 아침에 먹는 생식은 저녁으로 바꾸라고 했다. 아침의 열량은 소비되지만 저녁의 열량은 축적되기 때문.

문혜영의 12일(일요일)식단구분메뉴대강의 양산출량칼로리(Cal)조식생식우유물1포2컵1컵40g400mL200mL1441200264중식(오후 2시)치킨샐러드(튀긴 치킨+요거트맛드레싱+각종 야채)한접시50g55g70g175g1606218240간식(오후 3시)쌀생면물단팥빵1인분1컵1개90g200mL106g3270423750석식곤약으로 만든 면우유물1개1컵2컵약 90g200mL400mL801200200합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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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씬한 그녀, 안심할 수 없다

오경림씨는 키 161cm, 몸무게 46.9kg으로 20대 ‘날씬녀’의 대표적인 몸매였다. 체지방량과 체지방률도 표준 범위 내에서 측정됐다. 날씬함의 비결은 분주히 움직이는 활동성에 있었다. 그는 여러 신체 측정을 받는 동안 잠시도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지 않았다.

박 교수는 생활 속 활동량을 늘리기 위해 오씨처럼 몸을 많이 움직이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자주 걷는 게 좋다고 말했다.

오씨의 검사 결과는 ‘더 이상 좋을 수가 없을’ 만큼 만족스러웠지만 박 교수는 뜻밖에 “마른 사람들은 수치가 좋게 나왔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보통 체중과 비만도를 중심으로 평가를 내린다. 오씨가 적정체중인 50kg까지 늘리고도 정상 수치를 유지할지는 의문이다. 살이 적절하게 있으면서 지방과 근육의 균형을 맞추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20대 저체중 여성들이 골다공증에 걸릴 위험이 높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오씨에게 먹으면서 운동을 병행해 근육으로 몸무게를 늘리라고 조언했다. “돼지고기 100g 사 보면 안다. 비계로만 살 경우 살점으로만 살 때보다 10배는 부피가 크다. 3kg을 근육으로 찌우면 뚱뚱해보이지도 않을뿐더러 몸이 가볍고 힘이 넘친다”는 것.

식품영양학을 전공해 식생활에 관심이 많은 오씨는 생식을 자주 먹고 인스턴트커피 등을 멀리한다. 스스로 체질에 맞다고 판단하는 인삼차 복숭아차를 즐겨 마신다.

그가 제출한 식단은 한식 위주의 건강식단이었다. 아홉 끼를 먹는 동안 마신 음료수는 탄산음료 대신 알로에, 매실 주스, 라벤더 티, 인삼차, 토마토 주스 등이었다. 육류 대신 야채와 생선을 즐겨 하루의 영양 섭취량이 권장치보다 400∼500Cal정도 모자랐다.

한 교수는 “열량이 모자라면 피부가 나빠지거나 피로를 쉽게 느낄 수 있다”며 “비만보다 저체중이 더 위험할 수 있듯, 고칼로리보다 저칼로리가 심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좋다는 대로는 다 하지만…

△아침 식사를 거르지 않는다 △되도록 고기를 피하고 야채와 생선을 즐겨 먹는다 △샐러드드레싱은 걸죽한 ‘사우전드 아일랜드’ 대신 묽은 ‘오일 앤드 비니거’를 택한다 △한달에 한 번은 필드에서, 세 번은 실내연습실에서 골프를 친다 △비타민 C가 들어있는 영양제를 하루에 4차례 먹는다.

박성순 과장이 꼽은 자신의 ‘웰빙 라이프’다.

이런 박 과장의 식단과 운동에 대한 평가는 의외로 ‘개선의 여지가 많다’는 것.

키 171cm, 몸무게 67.7kg. 체중을 3kg가량 줄이도록 권고받았으나 비만은 아니었다. 체지방률도 19.7%로 권고기준(15∼21%) 범위내였다. 박 교수는 “이 나이대의 남성이 20% 이하가 나온 것은 드물다”고 칭찬했다.

문제는 콜레스테롤이었다. 측정치가 276.1mg/dL로 기준치(240mg/dL)보다 훨씬 높았다.

박 과장은 10년간 헬스클럽에 꾸준히 다녔지만 3년 전부터는 그만뒀다. 현재 그에게 운동의 흔적은 남아있지 않다. 특히 허리와 다리 근력이 달렸다. 박 교수는 “일주일에 한번 치는 골프는 운동량이 크지 않기 때문에 별 도움이 안된다. 일주일에 적어도 세 번 유산소 운동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식습관도 자세히 보니 ‘위험한 점’들이 발견됐다.

박 과장은 매일 성인의 1일 권장량보다 500Cal가 적은 2000Cal가량을 섭취하고 있었다. 칼로리는 높지 않지만 문제는 식단의 질. 그가 즐겨 마시는 포도주스, 크림 설탕이 모두 들어있는 인스턴트 분말 커피, 칵테일, 잠들기 직전 마시는 위스키 두잔 모두 좋지 않은 식단이었다. 땅콩으로 버무린 초콜릿 바(토요일 오후 3시) 등 간식도 마찬가지. 한 교수는 “진정한 웰빙 식단은 칼로리뿐 아니라 식단의 질까지 함께 보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

사진=이종승기자 urises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