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료 그대로의 맛과 향을 살린 프랑스 요리를 즐길 수 있는 ‘르 생텍스’를 추천한 이브 드 리코 참사관. -이종승기자
직업상 해외거주를 많이 하다보니 외국 음식을 잘 먹어야 하는 것도 일의 필수 요건이 됐다. 아내, 막내아들과 서울 생활을 시작한 지도 어느덧 만 2년이 넘었다.
요즘은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프랑스 음식점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고향에서 온 요리사가 있는 식당을 찾았을 때의 기쁨은 오랜 친구를 만났을 때 이상의 감동이 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턴호텔 뒷골목에 있는 프렌치 비스트로 ‘르 생텍스’(02-795-2465·용산구 이태원동 119의28)를 발견했을 때도 바로 그런 기분이었다.
‘비스트로’란 술과 함께 간단한 식사도 할 수 있는 선술집 같은 작은 식당을 이르는 프랑스 말이다.
르 생텍스 주방장 라마슈 프랑크는 프랑스 정부의 외교부 주방을 거친 수준급 조리사다. 그는 매일 아침 시장을 돌며 신선한 재료를 골라 그날의 메인메뉴를 결정하기 때문에 미리 전화를 걸어 당일 메뉴를 꼭 확인해야 한다.
13일 르 생텍스에서 맛본 것은 참치요리 ‘통 포얼레’다. 은행원인 아버지가 전근이 잦았던 탓에 딱히 고향이라고 할 만큼 오래 머문 곳이 없지만, 어린 시절 연휴 때면 ‘참치의 고향’인 생장드루즈 지역을 즐겨 찾았다.
통 포얼레는 참치에 올리브 오일을 바르고 겉만 살짝 구워 참치회처럼 저며 내놓는 요리. 그 위에 레몬과 오렌지 껍질로 상큼한 맛을 낸 토마토 페이스트를 얹으면 감칠맛이 난다.
곁들여 나오는 리조토(오븐에 구운 쌀 요리)는 프랑스 서남부 지방이 고향이신 장모님이 자주 해주시던 요리다. 파메산 치즈와 크림치즈 그리고 홍합주스와 바질로 맛을 내 바다내음이 물씬 난다. 신기한 것은 한국 쌀이 리조토에 딱 맞다는 것이다.
프랑스식 요리를 제대로 즐기려면 애피타이저와 디저트를 곁들여야 한다. 검은 까치밥 나무열매에서 추출한 ‘카시스’ 크림에 화이트 와인을 섞은 ‘키르흐’는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고향의 맛이다. 상큼하고 달콤한 맛은 잠든 미각을 깨워주기에 충분하다. 프랑스식 계란말이라고 할 수 있는 ‘야채 태린’을 곁들이면 더욱 좋다. 디저트로는 커스타드 크림 위에 캐러멜시럽으로 코팅한 머랭(오븐에 구운 계란 흰자 크림)을 얹어 놓은 ‘떠 있는 섬’이란 뜻의 ‘일 플러탕트’를 추천한다.
이브 드 리코
프랑스 대사관 드 리코 경제상무참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