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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양오행 건강학]용기 분노 욕망을 주관하는 肝

입력 | 2003-10-16 17:12:00

오행중 목에 해당하는 간은 분노나 용기, 욕망 등 사람의 성정에도 깊이 관여한다. 사진은 간이 실하고 강했던 고 정주영 현대 회장(왼쪽)과 간이 허약했던 고 이병철 삼성 회장. 동아일보 자료사진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월나라 왕 구천이 오나라 왕 합려에게 잡혀 포로가 됐을 때의 일이다. 와신상담하던 구천은 어느 날, 합려의 얼굴빛이 꺼칠하고 변색된 것을 보고는 간에 병이 있다고 말해줌으로써 즉시 병을 고치게 하고 그 덕분에 무사히 풀려났다는 일화가 있다.

오장육부 중 간은 병세가 악화돼야 비로소 깨닫는 경우가 많다. 동양의학에서는 목(木)의 상승하는 기운은 간장(담)에 해당하고, 화(火)의 분산력은 심장(소장)에, 토(土)의 조절력은 비장(위장)에, 금(金)의 수축력은 폐장(대장)에, 수(水)의 응집력은 신장(방광)에 속한다.

이 중에서 목에 해당하는 간은 인체에서 근육을 주관한다. 그래서 간이 실하고 큰 사람은 뼈를 감싸고 보호하는 근육이 발달돼 얼굴 곡선이 부드럽고 주름은 깊고 굵다. 반대로 간이 허하고 작은 사람은 광대뼈가 돌출되거나 각이 진 얼굴형이며 얼굴 주름도 얕고 가늘다.

또 대체로 간이 강한 사람은 눈이 작거나 눈빛이 강렬한 편이고, 간이 약한 사람은 눈이 크다. 눈이 큰 사람은 겁이 많다는 속설도 있는데, 이는 간이 작기 때문이라 풀이된다.

간은 용기 분노 욕망 등을 주관한다. 성질이 급하고 사소한 일에도 자주 분노하는 사람은 대부분 간이 매우 강하다. 그러나 간의 본성은 어진 성질이므로, 내면은 매우 연약하고 정이 깊다. 따라서 쉽게 성내거나 욕설을 잘하는 사람을 겁낼 필요가 없다. 그런 사람일수록 정에 쉽게 이끌리고 따뜻한 말 한마디면 금세 풀어지기 때문이다.

재계 인사 중에서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간이 매우 크고 실한 형이다. 그는 성격이 급하고 불같으며 결단력이나 추진력이 강했다. 반면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은 간이 허약한 체질로 갸름한 얼굴형에 얼굴선이 선명하고 신중한 경영스타일을 보였다.

간이 강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토에 속하는 비장과 위장이 약해 위궤양, 위염, 위암 등 평생 위장 질환을 앓기 쉽다. 바로 나무는 흙에 뿌리를 박아 그 자양분을 섭취한다는 목극토(木克土·목이 토를 누른다)의 원리다.

간이 부으면 대체로 비장도 커지는데, 이는 간의 영향을 받는 비장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간 질환으로 인해 얼굴색이나 눈의 흰자위가 노래지는 황달 증상도 비장이 간에 ‘대항’한 결과다. 오행에서 토기는 황색을 띠기 때문이다.

반대로 간이 약한 경우를 보자. 어느 날 40대 후반의 건장한 남성이 필자를 찾아왔다. 얼굴 곡선이 선명하고 광대뼈가 튀어나와 매우 딱딱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목소리도 쇳소리처럼 카랑카랑했다. 고 박정희 대통령을 빼어 닮은 인상이었다.

대개 이런 사람은 폐(금)가 강한 대신 간(목)이 허약하다(박 전 대통령도 그러했다). 뼈와 피부를 주관하는 금이 강하다 보니 뼈대가 굵고 피부가 두껍고, 근육을 주관하는 목이 약해 광대뼈 등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런 사람은 디스크 등 관절 질환을 앓기도 쉽다.

실제로 이 남성의 생년월일시로 선천적인 오행 에너지를 살펴보니 오행 중 금기가 넘쳐나고, 목기는 매우 허약했다. 게다가 천지의 기운 중 마침 금기가 극성하던 때였는지라 간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되는 운세였다. 필자는 간 검사를 받아보라고 조언했는데, 다행히 간암 초기로 진단돼 수술을 받고 완치할 수 있었다.

간 기능이 선천적으로 너무 강하거나 허약한 사람은 평소 식생활로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간이 허약한 경우 보리밥, 팥, 밀, 깨, 오미자, 귤, 강낭콩, 솔잎순식초, 참기름, 들기름, 개고기, 닭고기 등을 많이 먹으면 간 기능이 원활해진다.

간 기능이 너무 강한 경우는 화기와 금기가 강한 조, 옥수수, 도토리, 현미, 율무, 배추 등을 많이 먹는 것이 좋다. 그러면 비장과 위장 질환에 저항력이 생긴다.

정경대 한국의명연구소 소장 www.imfa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