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391-○○○○.’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의 구본형 소장(49) 명함에는 이처럼 집 전화번호가 적혀 있다. 이 연구소는 그가 소장이면서 연구원인 동시에 마케팅도 함께 하는 ‘1인 기업’. 그의 집(서울 종로구 홍지동)이 연구소이고, 집 전화번호는 사무실 번호이기도 하다.
20년 가까이 한국IBM에 근무하다가 2000년 창업할 때 들어간 비용은 홈페이지(www.bhgoo.com) 구축비용 150만원을 포함해 500만원이 전부.
그러나 그는 직장에서 경영혁신 기획 업무를 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컨설팅 강연 저술활동을 통해 직장에 다닐 때의 2.5배에 이르는 소득을 올리고 있다. 구 소장은 “일하는 시간은 줄고 여가는 크게 늘었다”며 “좋아하는 일을 하는 데다 내가 나를 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삶에 대한 만족도는 그 이상”이라고 말했다.》
▽늘고 있는 인텔리 창업=외식·판매업이 주류를 이루는 국내 창업시장에서 자신의 전문지식이나 경험, 노하우를 바탕으로 창업하는 지식창업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식창업은 점포창업과는 달리 재택근무가 많다.
‘골프와 경영’을 주제로 한 강연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콤비마케팅연구원’ 김광호 원장(49)은 경기 안양시 평촌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에 사무실을 차렸다. 부인이 일정관리를 하는 등 비서 역할을 한다. 동아생명 마케팅팀장 출신인 그의 강의료는 회당 100만원을 넘지만 명쾌한 논리와 구수한 입담으로 강의요청이 쇄도한다. 연간소득이 2001년을 기점으로 1억원을 넘어섰다.
지식창업의 영역은 경영 및 창업컨설팅, 이미지메이킹, 출판 기획, 자서전 대필, 외국 기업인 방문일정 대행 등 다양하다. 심지어 효과적인 이혼방법을 상담해 주는 이혼경력자도 있다.
▽왜 지식창업인가=점포창업의 경우 인테리어 비용에 권리금까지 포함하면 창업비용이 금방 억대를 넘어선다. 창업실패율도 79%에 이른다.
반면 지식창업은 창업비용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 인맥 등 창업인프라 구축에는 일반 창업에 비해 시간이 걸리지만 한번 궤도에 오르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된다.
이형석 한국사업정보개발원 원장은 “지식창업은 3, 4년을 보고 꾸준히 경력을 쌓고 지식 데이터베이스(DB)와 자신만의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성공할 수 있다”며 “그런 점에서는 젊은층과 여성도 도전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서울대 의류학과를 졸업한 이정은씨(30·여)는 대학졸업과 함께 전공을 살려 ‘길거리 패션’ 정보를 유료로 제공하는 사업에 나섰다. 이후 인터넷 보급으로 유료화가 벽에 부닥치자 인터넷에 무료로 올린 패션정보를 바탕으로 고객이 원하는 옷을 공급해 주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리는 경우.
▽지식창업이 활성화하려면=중소기업 전문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는 김광규 한마음서포팅 소장(40)은 2000년 창업을 하기 전에 중소기업청에서 상담 업무를 담당하면서 노하우와 인맥을 축적했다.
이경희 창업전략연구소장은 “퇴직하면 회사가 주는 후광이 이미 사라진 뒤라 인맥형성이 쉽지 않다”며 “지식창업을 하기 위해서는 퇴직을 앞두고 철저히 준비해야 하는데 그런 사람은 드물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남들은 보지 못하는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견하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며 “미국의 경우 지식창업자를 전문적으로 관리해 주는 회사가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