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에서 맞붙게 된 현대 김재박 감독(사진 왼쪽)과 SK 조범현 감독(오른쪽)은 대구초등학교 선후배 사이. 이를 제외하면 ‘공통분모’는 그리 많지 않다. 개인적인 인연도 거의 없다. 김 감독은 “학교를 같이 다니지도 않았고 운동도 같이 해본 적이 없어 친해질 기회가 많지 않았다”고 말한다.
둘의 야구인생도 대조적이다. 대광고 시절 김 감독은 서울의 대학팀들로부터 외면당해 영남대로 가야 했던 아픈 기억이 있긴 하지만 이후엔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실업팀 한국화장품에서 타격 7관왕을 차지할 정도로 아마야구를 평정했고 국가대표로도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82년 서울에서 열린 세계야구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의 ‘캥거루 번트’는 아직도 팬들의 머릿속에 감동으로 남아 있다.
11년 동안(MBC-LG-태평양) 프로생활을 하면서 화려한 수비와 매서운 타격으로 팬들을 사로잡았고 지도자로 변신해서도 큰 성공을 거뒀다. 96년부터 현대 지휘봉을 잡은 뒤 580승27무435패(0.571)로 현역감독 중 최고의 승률을 거뒀고 두 차례(98, 2000년)나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조 감독은 김 감독에 비하면 ‘무명’에 가깝다. 태극마크 한번 달아보지 못했고 프로 OB 베어스에서 포수 자리를 놓고도 김경문에게 밀렸다. 조 감독은 “프로에서 내 딴엔 잘했다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이 못했다고 한다”며 항변.
둘 다 데이터를 중시하는 세밀한 야구를 펼치는 스타일이라는 것과 감독 부임 첫해에 팀을 한국시리즈까지 끌어올린 감독이라는 점만은 ‘닮은꼴’이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