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사다하루(사진 왼쪽)와 호시노 센이치(오른쪽). 일본 야구를 대표하는 두 영웅의 악연은 3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8년 메이지대 졸업을 앞둔 호시노는 일본 최고의 명문 구단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드래프트 1순위로 지명됐다. 그러나 요미우리는 그와의 계약을 포기했고 젊은 호시노는 굴욕감과 배신감에 치를 떨어야 했다.
‘열혈남아’ 호시노가 반요미우리의 선봉이 된 것은 이때부터. 주니치 드래건스에 입단한 호시노는 요미우리의 중심타자인 오가 타석에 서면 외다리 타법을 구사하는 그의 오른발을 겨냥해 위협구를 던진 적도 있었다.
나이는 일곱살 차이지만 호시노와 오는 80년까지 12년간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대결을 펼쳤다. 개인적으로는 오의 판정승. 오는 호시노를 상대로 타율 0.318에 24홈런을 때려냈다. 그러나 호시노는 74년 리그 10연패를 노리던 요미우리의 발목을 잡은 것을 비롯해 요미우리를 상대로만 35승을 거두는 ‘천적’으로 활약했다.
현역에서 은퇴, 지도자가 된 뒤에도 이들의 악연은 이어졌다.
오는 요미우리 감독 시절인 88년 호시노의 주니치에 센트럴리그 우승을 내준 뒤 돌연 해임됐다. 오는 당시 “내 인생의 최대 오점”이라고 한탄했으며 호시노는 “내가 오 감독의 유니폼을 벗겼다”고 호언했다. 그러나 1999년에는 오가 멋지게 빚을 갚았다. 95년 퍼시픽리그의 다이에 호크스로 팀을 옮긴 오는 주니치가 저팬시리즈에 올라오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4승1패로 호시노를 몰아붙였다.
이제 4년 만에 다시 격돌하는 오와 호시노의 저팬시리즈 제2탄. 9년간 3번의 리그 우승을 따낸 오와 만년 꼴찌 한신 타이거스를 18년 만에 센트럴리그 정상으로 이끌어 불경기와 무력감에 빠져 있던 일본 사회에 활기를 불어넣은 호시노. 최후의 승자는 과연 누구일까.
도쿄=조헌주기자 hans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