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동산 가격 안정이 중요 국정 현안으로 떠올랐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강력한 토지공개념 도입’을 운운하며 가격 안정에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런데 대책 마련에 머리를 맞대야 할 정부 부처 수장들이 집값이 뛰는 원인 및 해법을 놓고 ‘네 탓’이라며 공방을 벌이고 있다.
부동산대책의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 최종찬 장관은 “현재의 집값 상승은 실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은 머니게임 양상”이라며 “수도권 주택보급률이나 강남권 아파트 공급 확대 등 펀더멘털로만 보면 집값이 안정돼야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최 장관은 또 “집을 사고 싶어도 은행이 돈을 빌려주지 않거나 대출에 따른 비용을 높이는 정책을 강구 중”이며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고교 비평준화를 할 수는 없지만 비평준화가 부동산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박승 총재는 부동산대책으로 금리인상과 주택담보대출한도(LTV) 하향 조정이 강력하게 거론됐음에도 콜금리 동결을 선언한 뒤 “(강남 집값 상승이) 저금리가 하나의 원인일 수는 있지만 천민적 교육제도가 가장 큰 문제”라고 교육 쪽에 직격탄을 던졌다.
반면 윤덕홍 교육부총리는 “강남에 중산층이 많이 사니까 좋은 학원이 많은 것이지 학원이 있다고 중산층이 강남으로 이사한 것은 아니다”며 “교육문제는 장기적으로 공교육을 활성화해 강북이나 지방에도 좋은 교육여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며 초중고교 교육은 공공성이 원칙으로, 역사를 되돌릴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들의 주장에서 나름대로 고충이 느껴진다. 건교부의 경우 시장 안정의 최선책인 주택공급 확대에는 부족한 택지나 최소 3년 이상 걸리는 공사기간 등과 같은 물리적인 한계 때문에 쉽게 내놓을 대책이 없다. 한국은행은 금리를 올렸다가 가뜩이나 위축된 경제가 결딴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느껴진다. 교육부 역시 집값을 잡겠다고 백년대계(百年大計)를 흔들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모두 일리 있는 얘기다. 하지만 최소한 국가적 현안이 되고 있는 사안에 한목소리까지는 아니더라도 ‘네 탓’만을 찾는 것은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