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비자금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최도술(崔導術·사진)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이 SK에서 받은 돈의 사용처 등을 집중 추적하는 한편 다음 주부터 SK비자금에 연루된 정치인들을 소환키로 함에 따라 파문이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SK가 최근 3년간 정치인에게 전달한 자금 대부분이 검찰 수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이번 수사는 정치권을 향해 전방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그동안 SK를 상대로 비자금 사용처를 추적한 결과 최씨와 한나라당 최돈웅(崔燉雄) 의원, 통합신당 이상수(李相洙) 의원 외에도 정치인 2, 3명이 SK에서 거액을 받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우선 정치권에서 국정감사와 특별검사제 도입이 거론되고 있는 만큼 최씨가 SK에서 받은 돈과 관련된 의혹과 한나라당 최 의원이 받은 비자금 수사에 초점을 맞춰 수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어차피 SK비자금 수사를 통해 정치권과 ‘일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인 만큼 그동안 수사를 통해 혐의가 드러난 정치인들에 대한 처리도 차제에 마무리한다는 입장이다.
검찰이 다음 주부터 SK비자금을 받은 정치인들을 소환조사하겠다고 밝힌 것도 그런 맥락이다.
아직까지 다음 주 소환될 정치인이나 금품수수 규모가 알려지지 않았지만 SK로부터 뇌물을 받아 개인비리에 연루된 전 현직 국회의원과 2000년 4·13총선을 전후해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정치인들의 이름이 검찰 안팎에서 거명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다음 주 소환하는 정치인이 (기업과 정치권의) 구조적 비리에 연루됐는지는 사안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말해 특정한 시점과 사안에 국한되지 않고 정치인 수사가 진행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럴 경우 이 사건은 정치권에 또 다른 충격파를 던질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수사가 무차별적으로 진행될지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우선 내년 4·15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데다 정국이 어수선하고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검찰이 언제까지 정치권 수사만 할 것이냐는 점도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수사 과정에서 현직 국회의원 소환 대상자가 ‘대어’보다는 ‘피라미’급이 많거나 야당에 대한 편파 수사 등의 의혹이 불거질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 검찰 수뇌부가 다음 주 소환 대상자 확정에 앞서 전략적인 대응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