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는 야구에서 투수 다음으로 중요한 존재. 투수를 리드하고, 수비를 이끌고, 안방까지 지켜야 하는 자리다. 여기에 타격까지 받쳐주면 금상첨화.
17일 막 오른 2003프로야구 현대- SK의 한국시리즈. 양팀의 베테랑 포수 김동수(35·현대)와 박경완(31·SK)은 승부를 결정짓는 키플레이어가 될 전망이다.
이들의 인연은 기묘하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서로 팀을 맞바꾼 이들은 올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 나란히 친정팀을 거꾸러뜨려야 하는 입장.
이들의 야구인생 또한 드라마틱하다. 90년 LG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입문한 김동수는 그해 포수 출신으로는 사상 최초로 신인왕에 올랐고 그 뒤 6차례(90, 93∼95, 97, 99년)나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며 전성기를 보냈다. 자유계약선수(FA)제도 시행 첫 해인 2000년 당시 최고액인 3년간 8억원을 받으며 삼성으로 옮겼으나 허리부상 등으로 이듬해 방출됐다. 지난해엔 SK에서도 밀려났다.
4번째로 둥지를 튼 현대와는 궁합이 맞았다. 노련한 투수 리드와 생애 처음으로 3할대 타율(0.308)을 올리며 올해 화려하게 재기한 것.
박경완은 91년 연봉 600만의 연습생으로 쌍방울에 입단, 3년간 백업포수의 설움을 겪었다. 당시 배터리 코치였던 조범현 SK감독에게 피나는 수업을 받은 끝에 명포수 반열에 오른 대기만성형. 98년에는 당시 최고액인 9억원에 현대로 트레이드됐다가 지난 시즌 후 자유계약선수로 풀려 3년간 19억원이라는 거액을 받으며 친정팀 SK로 돌아왔다.
박경완은 “지난해까지 한 팀이었던 현대 선수들의 장단점을 꿰뚫고 있다. 그러나 역으로 현대 선수들도 나의 볼배합을 잘 알기 때문에 피장파장이다”라고 말했다.
김동수와 박경완은 98년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은 전력이 있다. 당시 박경완이 안방을 지킨 현대는 김동수가 마스크를 쓴 LG를 상대로 4승2패를 거두며 우승컵을 안았다.
5년 만에 한국시리즈에서 다시 맞붙은 안방 라이벌.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까.
정재윤기자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