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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택지 규제 가능할까]“분양가 제한 투기 부채질” 우려

입력 | 2003-10-17 18:10:00


정부가 공공택지에서 공급하는 아파트 분양가를 규제하려는 것은 분양가 자율화의 후유증이 적지 않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분양가 규제에 회의적이었던 정부의 시각이 바뀐 것은 1999년 분양가 자율화 조치 이후 분양가가 급등하면서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양가 제한이 오히려 투기를 촉발시킬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찮아 도입 과정에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어떻게 규제하나=공공택지에 대한 제한적인 규제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공공택지는 토지 공급권을 정부가 쥐고 있어 아파트 분양가를 일정 수준 이하에서 책정하도록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판교신도시 등 공공택지는 분양가 자체도 높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가격 통제가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민간택지는 이미 땅값 자체가 높기 때문에 뒤늦게 분양가를 제한하면 사업을 불가능하게 만들 수도 있어 제외될 공산이 크다.

이 밖에 건설 원가(原價) 공개 의무화나 무주택 가구용 아파트에 대한 분양가 제한 등도 검토되고 있다. 시행 시기는 부동산 시장의 투기 열풍에 따라 시기를 저울질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의 투기열풍을 지켜본 뒤 시행 시기를 조절할 방침이다.

▽실현 가능할까=분양가 규제는 1963년 도시민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주변 시세와 신규 분양가의 차이를 노린 투기를 유발시켰다는 비판에 따라 99년 완전 폐지됐다.

이에 따라 정부로서도 4년 만에 분양가 규제를 부활한다는 데 대해서는 적잖은 부담을 안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교통부 당국자는 “주택 시장이 가수요에 움직이고, 돈이 많이 풀린 상태에서 분양가를 제한하면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를 부추길 수 있다”며 “하지만 분양가가 기존 아파트 값을 끌어올린다는 지적에 따라 제한적인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하지만 주택시장이 단기 조치로 인해 안정된다면 분양가 규제를 안 할 수도 있다”고 말해 상황을 봐가면서 최종 결정할 것임을 내비쳤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金炫我) 책임연구원은 “가격 통제는 주택 공급 자체를 위축시키고 시장 질서를 왜곡시킨다는 점에서 도입 여부를 좀 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김광현기자 kkh@donga.com

고기정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