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선 지는 경우가 있다.
17일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SK는 작전에서 이겼지만 승부에선 졌다. 이번 한국시리즈는 현대 김재박 감독과 SK 조범현 감독의 머리싸움이 관전 포인트.
일단 1차전에선 SK 조 감독의 재치가 번뜩였다. 기아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상대투수의 2루 견제시 3루주자가 홈스틸을 하는 기습적인 작전을 선보였던 조 감독은 이날 경기에서도 아껴둔 카드 하나를 꺼내들었다.
0-0인 3회초 1사 2루. 2루주자 김민재가 3루 도루를 하는 순간 타석에 서 있던 이진영은 기습번트 모션을 취했다. 번트인 줄 알았던 현대 3루수 정성훈은 앞으로 달려 나갈 수밖에…. 그러나 이진영은 번트를 대지 않았고 도루를 한 김민재는 수비수 없이 텅 빈 3루에 안착.
하지만 1사 3루의 기회에서 SK는 파울플라이와 삼진으로 물러나 기습작전은 빛을 잃고 말았다. 선취점을 놓친 SK는 곧 이은 3회말 2점을 내줬다. SK가 포스트시즌 5연승을 거둔 5경기에서 모조리 선취점을 냈던 것을 감안하면 3회초 찬스 무산은 너무나 뼈아팠다.
수원=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