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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베스트닥터의 건강학]불임치료

입력 | 2003-10-19 17:27:00

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 윤태기 소장이 불임 환자에게 외국 잡지를 보여주며 불임의 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전영한기자 scoopjyh@donga.com


어떤 사람을 FM같다고 할 때 FM은 ‘야전교범(野戰敎範)’을 뜻하는 ‘Field Manual’의 준말이다. 포천중문의대 여성의학연구소 윤태기 소장(52)은 그야말로 ‘야전교범’같은 사람이다. 그는 매사에 철두철미하다. 빈틈이 없고 약속을 칼같이 지키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제자가 저지른 잘못은 꼭 바로잡는다. 그렇다고 형식만 따지는 사람은 절대 아니다. 주위에서 윤 소장은 속정이 깊은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그는 자녀들이 유치원에 다닐 때 매일 얼굴을 씻겨준 자상한 아빠다. 그는 가정을 너무나 소중하게 여기며, 어떻게 하면 불임 환자가 자신처럼 단란한 가정을 꾸릴 수 있을까 늘 고민한다.

윤 소장은 1986년 민간병원으로는 최초로 시험관 아기를 낳는 데 성공한 이래 지금까지 1만 여명을 이 방법으로 출생시켰다. 그는 2002년 초 시험관 아기 탄생 15돌을 맞아 이 중 350여 가족을 초대했다. 전국에서 몰려온 가족 중에는 “매일 아침 윤 박사님 계신 곳을 향해 큰절 한다”고 고마워하는 사람도 있었다.

윤 소장은 1986년 국내 최초로 나팔관 수정으로 아기를 출산시키는 데 성공했고, 이듬해 아시아 최초로 난소가 없는 여성을 임신시켰다. 그는 1991년 폐기되는 난소에서 채취한 미성숙 난자를 체외 배양해 아기를 낳는 데 성공했고 이에 대한 연구로 미국불임학회 대상을 받았다. 1998년에는 난관을 묶는 수술을 받았거나 난관이 좁아져 임신할 수 없는 사람의 난관을 복원시키는 ‘복강경 난관 미세 수술법’에 대한 연구로 똑같은 상을 받았다.

―국내 불임 환자의 수는….

“부부관계를 맺어도 1년 이상 아기를 못 갖는 것을 불임이라고 규정하는데, 2002년 보건사회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15∼39세 여성과 남편 중 63만5000쌍이 불임이었다. 이는 전체 부부의 13.5%에 해당하는 수치다. 불임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 아픔을 모른다. 불임인 여성은 대부분 우울증에 시달린다. 생리 전 잔뜩 기대를 했다가 생리가 시작되면 극도의 허탈감에 빠지는 것을 되풀이하면서 우울증이 생기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불임이 잘 되나.

“늦게 임신을 시도하는 사람 중 불임 환자가 많다. 정자는 70일마다 새로 만들어지지만 난자는 매달 ‘기성품’을 새로 포장해 내보낼 따름이다. 따라서 난자는 오래될수록 염색체가 변하기 쉽다. 될수록 젊을 때 낳아야 튼튼한 염색체를 가진 난자가 바탕이 돼 건강한 아기가 태어난다. 미국에서는 20대에 아기를 낳자는 캠페인도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환자의 상당수가 40대 이상이다. 늦게 불임 치료를 받으면 난소를 자극하는 약이 더 들어가기 때문에 치료비는 많아지고 치료율은 떨어진다. 35세 이상이면 한시가 급하므로 불임이다 싶으면 곧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병원에 찾아갈 때 무엇을 유의해야 하나.

“가급적 불임 전문 병원을 찾도록 하고 치료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여성은 병원에 가기 2∼3개월 전부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기초 체온을 재고 이를 기록해 두면 진료 때 도움이 된다. 어떤 여성은 남편 없이 혼자 오는데 불임의 40% 이상이 남성 탓이다. 남편 때문에 치료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을 보면 안타까울 따름이다. 남편이 정자 검사를 받으면 부인의 검사 항목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원인이 누구에게 있느냐에 따라 치료법이 다를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 정자가 사출되는 길이 막혔다면 길을 뚫는 수술을 한다. ‘도로 공사’를 했는데도 정자가 나오지 않거나 정자의 활동성이 떨어진 경우에는 여러 가지 특수한 방법으로 정자를 뽑아내 유리관으로 난자의 세포질에 직접 주입하는 방법(ICSI)을 사용한다. 남성에 별 문제가 없다면 여성의 배란 유도를 시도하고, 그래도 임신이 안 되면 정액에서 정상적인 정자를 골라 특수 관을 통해 자궁 내에 넣는 자궁 내 인공수정을 한다. 나팔관이 정상일 때에는 체외에서 수정을 시킨 다음 이것을 나팔관에 넣는 나팔관 수정을 시도하기도 한다. 그래도 임신에 실패하면 시험관 아기 시술을 한다. 이것은 신체 밖에서 정자와 난자를 수정시키고 배양액에서 2∼3일 키운 다음 특수 관을 이용해 자궁에 넣는 것이다.”

윤 소장은 “정자에 문제가 있으면 대부분 해결이 된다. 그러나 난자에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난자를 제공받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남성에게 문제가 있는데도 병원에 가지 않아 여성만 고통 속에 지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소개했다.

―불임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떤 점에 신경 써야 하나.

“미국불임학회의 불임 예방 캠페인에 따르면 첫째 성병 예방, 둘째 임신을 늦추지 말 것, 셋째 담배를 피우지 말 것, 넷째 체중 조절이다. 비만이면 불임의 확률이 높아지지만 거꾸로 무리한 다이어트 역시 불임의 원인이다. 낙태 수술도 임신의 적이다. 낙태 수술은 물리적으로 자궁 내부에 흠집을 내는 것이기 때문에 임신에 해로울 수밖에 없다.”

―불임 환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쉽게 포기하는 성격이라면 치료가 힘들다. 울기만 하고 병원을 나오다 말다 하면 점점 시기를 놓치게 되고 결국 치료가 제대로 안 된다. 반면 끈질긴 사람, 의지가 강한 사람은 대부분 성공한다. 생명을 갖게 되는 오묘함은 나도 모르는 부분이 많다. 어떤 사람은 6년 동안 인공수정에 실패했다가 자연적으로 임신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처음에 힘들게 시험관 아기를 가졌는데 둘째부터 자연 임신에 성공하기도 한다. 임신을 원한다면 자신감과 평정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시부모의 무언의 압력이 스트레스로 작용해 임신이 안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정말 강조하고 싶다, 불임 치료는 부부 치료이자 가족 치료라는 것을.”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여성불임 김석현교수 공동1위▼

여성 불임 분야에서는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김석현 교수와 포천중문의대 차병원 윤태기 교수가 공동 1위로 선정됐다. 남성 불임 분야에서는 서울대병원 백재승 교수가 베스트 닥터로 뽑혔다.

이는 전국 18개 대학병원의 산부인과와 비뇨기과 교수 79명에게 △자신의 가족에게 불임환자가 있을 때 진료를 부탁하고 싶고 △최근 3년 동안 진료 및 연구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인 의사를 5명씩 추천받아 집계한 결과다.

여성 불임 분야의 두 교수 중 김 교수는 ‘베스트 중견의사’ ‘베스트 팀’ 등을 통해 본보에 소개됐으므로 이번에는 윤 교수를 인터뷰한다.

백 교수는 2000년 본보의 ‘베스트 닥터의 건강학’, 2001년 ‘베스트 중견의사’에 이어 이번 시리즈에서도 남성 성기능 분야와 불임 분야에서 모두 1위를 기록하는 저력을 보였다.

한편 삼성제일병원의 부부 의사인 강인수, 궁미경 교수는 똑같은 점수를 받아 눈길을 끌었다.

◇불임 분양 명의들◇

▼최근 10년간 임신성공률 80%나 ▼

▽김석현(47)=최근 10년 동안 불임 환자의 임신 성공률 80%라는 경이적 기록을 갖고 있다. 1996년 체외수정 시술 때 임신성공률을 높이는 보조시술법을 개발한 공로로 대한산부인과학회 최우수논문상을 받았다. 2005년 아태산부인과학회 서울학술대회 생식내분비 및 불임 위원회 위원장, 대한보조생식학회 학술위원회 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수정란 세포 진단 임신법 첫 개발 ▼

▽노성일(52)=1995년 수정란에서 세포를 떼어내 유전병과 성을 알아낸 뒤 임신시키는 치료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그가 이끌고 있는 줄기세포 연구팀은 과학기술부 21세기 뉴프런티어 줄기세포응용연구사업의 주관연구기관,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인간줄기세포 연구의 주관기관으로 선정됐다.또 올 7월에는 팀에서 배양한 줄기세포가 NIH를 통해 공급 가능한 세포로 정식 등록됐다

▼'보조생식술' 보편화에 큰 기여 ▼

▽문신용(55)=1985년 스승인 장윤석 교수를 도와 국내 첫 시험관 아기 탄생에 성공했고 불임 치료의 새로운 방법인 보조생식술이 정착하도록 기여했다. 1998년 생명공학회사인 바이오메드랩과 공동으로 염색체 자동 분석기를 개발했다. 2002년 과기부의 21세기 뉴프런티어 세포응용연구사업단 단장에 임명 세포 치료 기술 분야의 국내 연구를 총책임지고 있다됐다.

▼미세 자궁경수술 성공률 높아 ▼

▽서수형(48)=미국 오하이오대병원에서 실력을 닦았고 불임환자들을 위한 내시경수술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외과 수술을 시행해야 했던 불임환자에게 자궁경이나 골반경 수술로 탁월한 치료성적을 거두고 있다. 특히 자궁기형이나 자궁강 내 유착 등 불임의 원인질환을 미세 자궁경을 이용해 수술하는 분야에서 세계적 성공률을 인정받고 있다.

▼호르몬검사 안하는 치료법 개발 ▼

▽임진호(49)=세계 최다 포배기배아이식술 기록을 보유하고 있고, 호르몬 검사가 필요 없는 불임 치료법을 개발했다. 전국 대도시에 직영 분원 8개를 운영하고 있으며 8월에는 중국 선양에 분원을 개설했다. 중국 분원에서는 중국 내 동북 3성 최초로 미성숙난자 시술을 3건 성공했다. 2001년에는 포배기배아이식술 관련 연구로 일본산부인과학회 대상을 받았다.

▼"난소 재이식수술 안전" 최초 입증 ▼

▽김세웅(50)=2001년 10월 미국 워싱턴대에서 근무하다 을지병원으로 자리를 옮긴 권위자다. 그해 림프암 환자에게 난소 재이식수술이 안전하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입증해 ‘휴먼 리프로덕션’지에 게재했다. 2002년 냉동 보존한 쥐의 난소를 혈관 연결수술로 이식하는 임신 방법을 세계 처음으로 성공해 세계 최고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국내 정자학 토대 닦아" 평가 ▼

▽백재승(50)=정자가 난자에 도달하고 수정에 이르는 과정의 여러 생리학적 변화를 연구하는 ‘정자학’의 토대를 닦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사정관 폐쇄, 정계정맥류 등 치료가 가능한 남성 불임증의 진단 및 치료 지침을 정립했고 뛰어난 치료율을 올리고 있다. 서울대 의대 의공학과 박광석 교수와 함께 국산 정액분석기의 개발에 성공했다.

▼'고환조직 정자채취 임신'으로 명성 ▼

▽서주태(43)=1997년 국내 최초로 고환조직 정자 채취술로 임신을 성공시켰고 2001년 아시아 최초로 염색체 이상인 클라인펠터 증후군 환자의 임신을 성공시키기도 했다. 지난해 국내 비뇨기과의사 최초로 ‘북미 비뇨기 임상’지에 ‘정자 생성 장애에서의 세포 자연사’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대한남성과학회, 대한배뇨장애 및 요실금학회에서 편집이사를 맡고 있다.

▼1200여명에 정관복원술 시행 ▼

▽박남철(47)=비뇨기과에서 지방대병원에 근무하는 박씨 성을 가진 세 명의의 실력을 평가하는 말로 ‘3남 3박’이 있는데 이 중 맏형 격이다. 남성 불임, 성기능장애, 갱년기장애 등에서 명의로 인정받고 있다. 1997년 국내 최초로 공식적 정자은행을 설립했으며 지금까지 1200여명에게 정관 복원술을 시행했다. 국내외 16개 학회의 정회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미성숙 정자 배양 불임치료 연구 ▼

▽김현주(43)=남성 불임이 임신과 관련한 특정 유전자가 유전돼 생긴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정자 수가 극소량인 환자의 정자를 추출해 얼려 놓았다 녹인 다음 난자에 직접 주입하는 시술로 불임시술의 또 다른 장을 마련했다. 현재는 미성숙 정자를 배양해 성숙한 정자를 만드는 동물실험에 성공해 정자 성숙이 멈춘 불임환자들을 위한 시술을 연구하고 있다.

▼염색체 이상 정자 채취 임신성공 ▼

▽이유식(44)=세계 다섯 번째, 동양 최초로 염색체 이상이 있는 남성의 정자를 채취해 임신을 성공시켰다. 국내 최초로 복압 요실금 환자에게 ‘경피적 방광경부 고정술’을 실시했다. 요실금 환자를 ‘경질식 현수술’과 ‘경피적 방광경부 고정술’ 등 시술로 치료하는 분야에서 최고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현재 대한배뇨장애 및 요실금 협회 홍보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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