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씨네피플]새영화 '킬 빌' 타란티노 감독

입력 | 2003-10-19 17:27:00

복수를 소재로 한 자신의 영화 ‘킬 빌’의 대형 포스터 옆에 선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사진제공 영화방


1994년 칸영화제 대상 수상작 ‘펄프 픽션’과 ‘저수지의 개들’, ‘재키 브라운’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40)이 돌아왔다.

98년 ‘재키 브라운’ 이후 5년만에 연출한 그의 신작 ‘킬 빌(Kill Bill)’ 1편은 할리우드를 놀라게 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에서 2200만 달러(약264억원)의 흥행 수입으로 단숨에 1위에 올랐다. 충격적인 폭력과 블랙유머로 비대중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이전 그의 작품들과 비교할 때 이례적인 일이다. 18일 영화 홍보를 위해 일본 도쿄를 방문 중인 그를 만났다.

“이 영화에는 일본 사무라이 영화와 야쿠자 영화, ‘아니메’(애니메이션), 홍콩 영화의 액션, 이탈리아의 마카로니 웨스턴 등 평소 내가 좋아하는 요소들이 다 들어있다. 마치 커다란 ‘스튜’를 만들 듯 이것들을 결합시켜 또 다른 스타일의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

장르와 ‘혈통’에 구애받지 않는 ‘타란티노식’ 영화인 셈이다. 국내에서 11월14일 개봉 예정인 이 영화는 동료들에게 배신당한 전직 킬러(우마 서먼)의 비장한 복수극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는 시종 피로 얼룩져 있지만 비장미가 넘치는 화면과 음악은 때로 치명적으로 아름답다. 이미 촬영이 끝난 ‘킬 빌’ 2편은 내년 개봉 예정.

종종 남성우월주의적 경향을 보여 비판받던 그가 왜 여성의 복수극을 선택했을까.

“남자 아이들이 액션 배우들의 포스터를 붙이듯 여자 아이들이 우마 서먼의 포스터를 붙이길 바란다. 강하고 능동적인 서먼의 모습이 삶에 도전하는 아이들에게 좋은 모델이 될 것이다.”

‘킬 빌’에 대한 최초의 단서는 ‘펄프 필션’을 촬영하던 94년에 주어졌다. 타란티노가 당시 배우, 스태프들과 얘기를 나누다 조직의 배신으로 뱃속의 아이마저 잃는 여성의 복수극이란 아이디어를 얻은 것. 제작사인 미라맥스는 이 작품을 빨리 만들라고 재촉했지만 주인공으로 낙점된 서먼의 결혼과 출산, 육아로 늦춰졌다. 결국 영화는 최초 기획단계에서 9년만에 완성됐다. 역시 타란티노다운 고집이 아닐 수 없다.

도쿄=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