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씨(54)는 4개월 전 우연히 혈압이 높다는 사실을 안 뒤 혈압강하제를 복용했다. 그러던 중 의사로부터 “혈압 약이 발기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후 K씨의 부부관계는 엉망이 돼 버렸다. 성적으로 흥분했을 때 충분히 발기가 되지만 막상 성행위로 들어가면 시들어버렸다. 어떤 때는 아예 처음부터 발기가 되지 않았다.
혈압강하제가 종류에 따라 발기 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지만 K씨의 경우는 혹시 일어날 수도 있는 약의 부작용에 대한 의사의 설명이 원인이 된 것. K씨에게는 ‘모르는 게 약이다’는 속담이 딱 들어맞는다.
W씨(37)는 2년 전 포경수술을 받던 중 의사로부터 “성기가 너무 작은데 부인의 불만이 없는가”라는 질문을 받은 뒤 발기력이 약해지기 시작했다. 몇 달 전부터는 성관계 도중 발기가 시들해져 버리기까지 했다. 요즘에는 발기가 사라지는 빈도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W씨는 피해의식에서 오는 불안감이 발기 장애의 원인이 되는 경우다. 이 밖에 이런 경우도 적지 않다. 어떤 남성은 정관수술을 받은 뒤 발기력이 약해졌다고 호소한다. 심지어 치질 수술을 받거나 이빨을 뽑았는데도 “기가 빠지는 기분을 느꼈다”며 그 다음부터 발기력이 떨어졌다고 하는 사람도 많다.
새로운 약이 개발되면 약의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시판되기 전에 임상시험을 거친다. 이 때 어떤 환자는 진짜 약을 먹고 어떤 환자는 가짜 약을 먹게 되는데 의사도 환자도 어느 약이 진짜이고 가짜인지 모르도록 돼 있다. 임상시험이 끝나야 누가 진짜를 먹었으며 누가 가짜를 먹었는지 알 수 있다.
비아그라 임상시험 당시 A씨는 효과가 좋아 자신은 틀림없이 진짜 약을 먹고 있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나중에 A씨는 가짜 약을 먹은 것으로 확인됐다.
나에게 해로울 것이라고 불안해하면 정말 해가 될 수 있으며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정말 좋은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발기 장애 또한 마찬가지다. 이런 인간의 심리를 이용한 사이비 약물의 유혹 또한 이런 이유 때문에 판치고 있다.
중앙대 용산병원 비뇨기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