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인기 있는 인터넷 검색어는 ‘스와핑’이다. 이는 부부 교환을 뜻하는 비속어. 하도 시절이 수상하니 그런 부류도 있겠지 하고 넘겨버릴 수도 있지만 따져보기 좋아하는 기자로선 의문이 없지 않다. 만약 한쪽은 만족해하고 다른 한쪽은 그렇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누가 이익을 얻고 누가 손해를 본 ‘장사’일까.
각설하고 프로야구에도 스와핑은 있다. 대표적인 예가 한국시리즈에서 맞대결을 펼치고 있는 현대와 SK의 포수 맞교환. 지난 겨울 현대는 박경완이 자유계약선수의 귀하신 몸이 되자 3년간 19억원의 비싼 몸값을 감당하지 못해 SK에 넘겨줘야 했다. 반면 김동수는 똑같은 자유계약 신분이었지만 SK에서 방출됐고 은퇴 위기에서 연봉 1억원의 ‘헐값’에 현대 유니폼을 입었다. 이들의 입단 과정은 엄밀히 따지면 맞교환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는 두 팀의 안방마님이 서로 바뀌었으니 스와핑이다.
정규시즌만 놓고 보면 김동수의 판정승이었다. 만년 하위 팀 SK가 돌풍을 일으키긴 했지만 기아나 삼성에 비해 한수 밑으로 평가됐던 현대의 1위 도약이 후한 점수를 얻었다. 그 중심에 김동수가 있었다. 더욱이 김동수는 전성기를 넘겼다고 평가절하돼 방출 설움까지 겪은 30대 후반의 노장이란 점에서 감동을 더했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이 시작되면서 박경완의 진가가 더 빛나기 시작했다. 요즘 최고의 화두인 SK 조범현 감독의 ‘데이터 야구’를 현장에서 진두지휘하는 야전 사령관이 바로 그다. 사실 박경완은 2000년 시즌 40홈런을 치기도 했지만 방망이는 아직 김동수에게 뒤진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 그러나 SK의 ‘영건 마운드’를 철벽으로 이끈 노련한 투수리드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박경완은 SK가 포스트시즌 들어 특유의 ‘짠물야구’를 선보이며 한국시리즈에서도 2승1패로 앞설 수 있었던 일등공신이다.
비록 지난해 같은 홈런 승부보다 박진감은 떨어지지만 서로 유니폼을 바꿔 입은 최고의 포수끼리 펼치는 ‘안방 머리싸움’으로 흥미를 더하고 있는 올 한국시리즈. 이쯤 되면 현대와 SK는 물론 이를 지켜보는 팬들까지 모두가 이익을 본 ‘윈윈 스와핑’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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