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개막을 앞둔 요즘 스포츠계의 화제는 뭐니 뭐니 해도 프로야구 SK와이번스의 선전이 아닐까 싶다. 삼성과 기아를 연파한 그들은 막강 현대를 맞아서도 거침이 없다.
나는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지은 SK 최종준 단장에게 축하전화와 함께 "핸드폰 컬러링이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가 뭡니까"라고 따졌다. 이제까지는 조심스레 승리를 일궈냈다면 현대와의 경기에서는 좀더 도발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전화 벨소리를 같은 사이먼 앤 가펑클의 ‘더 박서’로 바꾸시지요.” 행운이 따를 것이라는 말과 함께 권유했다. 19일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승리한 뒤 그에게 전화를 했다. 핸드폰에서는 ‘더 박서’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컬러링에 대한 호기심은 프로농구 감독에게까지 이어졌다. 지난 해 우승 당시 TG의 전창진 감독은 ‘네버엔딩 스토리’를 쓰고 있었다. ‘어느 영화와도 같은 일들이 이뤄져 가기를…’ 가사처럼 정말 그는 꿈같은 우승을 이루어냈다. 역시 우승 1순위로 꼽히고 있는 올해 그의 핸드폰에선 이수영의 ‘여전히 입술을 깨물죠’가 흘러나온다. 최강의 전력이지만 늘 긴장을 늦추지 않겠다는 뜻일까.
지난 해 꼴찌팀이지만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SK 이상윤 감독. 그의 핸드폰에선 강산에의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이 힘차게 울린다. 전력의 핵인 트리밍햄이 부상을 떨치고 골밑에서 솟아오르길 바라는 마음일까. 몇몇 감독들은 놀랍게도 SK를 4강 전력으로 분류한다.
SBS의 정덕화 감독은 예상한대로 ‘따르릉, 따르릉‘하는 벨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모든 감독이 그렇겠지만 정 감독은 농구 이외에는 신경 쓰는 게 별로 없다. 올해의 SBS를 칭찬하는 감독들도 있다.
새로운 팀으로 다시 태어난 전자랜드의 유재학 감독은 자전거 탄 풍경의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을 쓰고 있다. 팀을 인수한 구단과 감독은 서로에게 분명한 존재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창단 첫해인 올해는 6강을 목표로 한다. 또 삼성 김동광 감독은 본인의 멋진 외모와도 같은 재즈풍의 노래, 감독 데뷔 첫 해인 코리아텐더의 추일승 감독은 ‘트라이 투 리멤버’다.
재미삼아 얘기해봤지만 어린 선수나 프런트 직원이 알아서 선곡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이런 곡은 어떨까. 마야의 ‘쿨하게, 가슴은 뜨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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