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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포럼]강정규/내집마련, 서울만 힘든게 아니다

입력 | 2003-10-20 18:19:00


서울 강남의 아파트 가격이 전국적 관심사가 되고 있다. 부동산이 투기 대상으로 전락한 뒤 가장 눈에 띄는 폭등 폭을 보여준 지역이라는 점에서 뉴스의 초점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며 내놓는 정책들도 이들 몇몇 지역에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흐름 뒤에서 지방 서민들의 설움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강남의 재건축 추진 아파트만큼은 아니지만 지방도시의 재건축 추진 아파트들의 가격상승 양상도 심각하기 때문이다. 가령 부산, 창원 지역의 경우 얼마 전 정부가 투기지역으로 지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재건축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가 상반기에만 20% 이상 급등했다. 일부 재건축아파트의 경우 불과 몇 개월 사이에 평당 매매가가 수백만원씩 올라 평당 1500만원을 넘어섰는데, 이 같은 상승폭은 올 상반기 재건축아파트 전국 평균상승률인 15%보다 훨씬 큰 것이다.

재개발은 어떤가. 서울 및 수도권의 건축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올 들어 지방도시의 주택재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서울지역 건설업체와 관련 컨설팅업체 등 외지인들의 ‘원정투기’로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부산지역의 경우 올 초 평당 200만원 선이던 지분가격이 현재는 700만∼800만원 선으로 껑충 뛰어버렸다.

기존 아파트값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신규 아파트의 분양가도 예외는 아니다. 부산지역의 신규 아파트 분양가를 보면 2000년 평당 평균 350만원 내외에서 올 7월 말 현재 603만원으로 올라 75.2%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평당 분양가 900만원대가 눈앞에 와 있다고도 한다. 이 같은 현상은 창원 대구 전주 등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방도시의 분양가 상승률은 같은 기간 서울지역의 신규 아파트 분양가 상승률 60.1%, 경기지역 61.8% 보다 15% 이상 높은 수치다.

이런 현상은 서울지역과 비교했을 때 그다지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방도시의 발전 정도, 소득수준 등을 고려해 보면 지방 서민들에게는 치솟는 집값이 무거운 짐이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지방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첫째, 정부가 ‘토지 공개념 재도입’과 같은 부동산 종합대책을 마련할 때 지방의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도 그 심각성을 인정하고 이를 대책에 반영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둘째,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와 같은 시간적, 지역적으로 차별이 이뤄지는 대책을 마련할 때는 반드시 현장조사를 거치고 해당 지방 부동산 전문가를 각종 심의 또는 의결 절차에 참여시켜야 탁상행정에 머물지 않을 수 있다. 물론 지방자치단체의 의견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

부동산은 그 특성상 시장이 국지적이고 지역적으로 형성된다. 지방 거주자는 그 지역 부동산에 보다 큰 관심을 갖게 마련이다. 서울의 집값 문제가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지만, 사실 지방의 집값 문제도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그 성격은 같다. “서울에서의 내 집 마련도 힘들겠지만 지방에서 내 집 마련하기도 너무나 힘들다”는 서민들의 푸념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강정규 창신대 교수·부동산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