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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즈쇼핑]개성&맵시…우리 아이 어떤 옷 입힐까

입력 | 2003-10-21 16:45:00

19일 서울 광진구 광장동 쉐라톤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국내 최초 어린이패션쇼가 음악회용 정장,파티복,캐주얼 등 3가지 테마로 열렸다. 50여명의 어린이가 직접 모델이 돼 전문모델강사로부터 무대매너와 워킹을 배운 후 화려하게 선보였다. 이훈구기자 ufo@donga.com


《몇 년 전만 해도 중·고등학생 아이를 둔 어머니는 도시락 싸는 게 큰 부담이었다. 매일 반찬을 바꿔 준비하는 게 보통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다. 요즘은 급식하는 학교가 늘어 반찬 걱정은 점점 옛 이야기가 돼 간다. 초등학생을 둔 어머니에게는 아이 옷이 고민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어떤 옷을 입힐지 항상 고민된다. ‘이 옷은 너무 튀는 게 아닐까’, ‘이 잠바는 낡아서 누추해 보이지 않을까’ 걱정이 끝이 없다. 그러기에 아동복이 다양해지고, 어린이 패션쇼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19일 오후 서울 광진구 광장동 쉐라톤그랜드워커힐 호텔 지하1층 가야금홀. ‘T’자형 무대 주위로 150여 좌석이 꽉 들어찼다. 무대 중앙에는 ‘어린이 패션 쇼’란 글씨가 큼직하게 쓰여 있었다.

불이 꺼지자 5명의 어린이 모델이 악기를 하나씩 들고 나왔다. 첫 번째 무대 주제가 ‘연주회 복장’인 만큼 모델들은 종이로 만든 트럼펫, 장난감 나팔, 탬버린 등을 들고 나왔다. 바이올린 없이 달랑 활만 들고 나온 모델도 있었다.

이들은 T자 무대를 차례로 돌았다. 부모가 환호성을 지르자 그쪽만 바라보고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 모델, 무대를 반 정도 걸어 나가다 쑥스러워 뒤돌아 뛰는 모델도 있었다.

이들은 모두 모델 경험이 없는 초보자들이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호텔측이 주요 고객에게 메일을 보내 패션쇼에 참가할 어린이 30명을 모집한 것. 6세부터 13세까지의 초보 모델들은 1주일 동안 걷는 법과 인사하는 법 등을 배워 무대에 섰다.

이번 행사의 컨셉트는 ‘편안하고 실용적인 복장’. 연주회 복장만 해도 정장이 있는가 하면 면바지에 스웨터를 입은 모델,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은 모델도 보였다.

옷 코디를 책임진 고영애 스타일리스트는 “예전에는 음악회에 간다면 어린이도 정장과 넥타이를 매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요즘엔 단정하면서 자신만의 개성이 묻어나는 복장이면 OK”라며 “3가지 색을 넘지 않는 선에서 티셔츠, 카디건 등으로 멋을 내면 훌륭한 연주회 복장이 된다”고 말했다.

‘오∼ 필승 코리아∼’ 갑자기 음악이 바뀌었다. 월드컵 응원가가 흘러나오면서 모델의 복장도 달라졌다.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은 모델들이 축구공과 골프채 등을 들고 나왔다. 음악이 신이 나서 그런지 무대에서 춤을 추는 어린이도 있었다.

두 번째 주제는 스포츠 복장. 고 스타일리스트는 “아이가 친구들과 함께 축구하러 나간다고 하면 스판 소재로 신축성이 있는 옷을 입혀 주라”며 “청바지를 입힐 때는 조금 품이 큰 것을 입혀주는 게 활동하기 편하다”고 조언했다.

마지막 주제는 파티 복장. 모델들이 고깔을 쓰고 친구 생일을 축하해주듯 옷을 입었다.

생일잔치처럼 주인공이 따로 있는 파티라면 주인공보다 수수하게 입는 게 예의. 추석이나 설 등 모두가 어우러지는 행사에는 자신의 스타일이 잘 드러나도록 옷을 입는 게 좋다.

“자, 이제 무대를 걷는 워킹 방법에 대해 직접 실습해 보겠습니다. 직접 워킹 방법을 배우고 싶은 어린이는 무대 위로 올라오세요.”

사회자의 얘기가 끝나자 10여명의 어린이들이 우르르 무대 위로 올라갔다. 사회자는 한명 한명 무대를 걸어보게 시켰다.

“대부분 어린이가 고개를 숙이거나 팔을 안 흔드네요. 바른 자세로 걸으면 몸에 균형이 잡히고 옷맵시도 훨씬 좋아진답니다.” 사회자는 집에서 손쉽게 연습할 수 있는 워킹 방법을 가르쳐 줬다. 먼저 머리와 엉덩이, 발뒤꿈치를 모두 벽에 붙이란다. 그리고 오른발, 왼발을 번갈아 앞으로 차는 연습을 한다. 이후 벽이 뒤를 밀어준다는 느낌으로 부드럽게 앞으로 걸어 나가라는 것.

단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아이들은 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5분 정도 놀이하듯 자세를 교정해 줘야 한다.

이어 고 스타일리스트가 무대 위에서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이 돋보이도록 옷 입히는 법’에 대해 강의했다.

만약 얼굴이 동그랗다면 목에 ‘V’자로 깊이 파진 옷을 입혀주는 게 좋단다. 다리가 짧은 아이라면 골반에 살짝 걸리는 청바지를 입는 게 좋다. 반면 7부 바지를 입으면 다리가 더 짧아 보이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뚱뚱한 어린이는 자신의 사이즈보다 2단계 정도 큰 치수를 입으라고 조언했다. 마른 사람이 헐렁하게 옷을 입으면 “나 말랐어요”라고 광고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패션쇼가 모두 끝나자 아이들이 부모의 손을 잡고 하나둘 행사장을 떠났다. 연습 때야 힘들었겠지만 패션쇼를 끝내자 아이들은 남들 앞에서 뭔가 해냈다는 성취감에 들떠 있었다.

“힘들지만 너무 재밌어요. 처음 모델을 해 보지만 사람들이 박수치는 걸 들으니 막 힘이 났어요. 옷도 아주 예쁘고 편해서 좋고요.”(세륜초등학교 4학년 백혜연양)

“무대를 걷고, 사람들 앞에서 포즈 취하고…. 정말 재밌어요. 전 커서 연기자가 될 거예요.”(화랑초등학교 1학년 강현진군)

처음 패션쇼 모델을 해 본 아이들의 소감이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