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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연극' 비언소' 연출가-배우로 한무대 박광정&유승범

입력 | 2003-10-21 17:43:00


《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품행제로’, 드라마 ‘화려한 시절’ ‘고독’에서 독특한 캐릭터를 보여준 젊은 배우 유승범(23·오른쪽)이 처음으로 연극에 출연한다. 그가 첫 연극 나들이로 선택한 작품은 극단 차이무의 ‘비언소’. 11월4일∼12월28일 서울 동숭아트센터 소극장(02-762-0010). ‘비언소’는 1996년 초연 당시 5개월간 3만 여명의 관객들을 모았던 화제작.

당시 연출자 박광정(41)이 이번에도 연출을 맡는다. 그는 영화나 TV를 통해 코믹한 감초연기로 잘 알려져 있지만, 대학로에서는 ‘잘 나가는’ 연출자로 손꼽힌다. 화면에서 주로 ‘껄렁껄렁’한 이미지로 등장하는 두 사람은 연습실에서도 죽이 잘 맞았다.》

기자:하루에 연습은 얼마나 해요?

유승범:연습하다보면 한 서너 시간이 금방 가요.

박광정:(구박하듯) 야 야. 좀 더 한다고 그러지

유승범:아,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까지 포함하면 대 여섯 시간은 되요.

최근 영화 ‘아라한-장풍대작전’의 촬영을 마친 유승범은 매일 오후 대학로의 극단 연습실에서 땀을 흘린다. 그는 “머리가 나빠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못 한다”고 뒷머리를 긁적였지만 이내 “첫 연극인데 너무 바쁜 척하면 보기 안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왜 연극 무대에 도전한 것일까. 그는 “보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어서”라고 말했다. 어차피 배우라는 직업을 택한 이상 한 장르에만 국한되지 않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기자:연극해보니까 영화랑 뭐가 다른 거 같아요?

유승범:글쎄요. 좀 겸손해지는 거 같아요. 아무래도 많은 선배님들과 늘 같은 자리에서 연습하니까….

박광정:(힐끗 보며) 누가 때리던?

유승범은 “연극은 관객과 직접 맞닥뜨려야 하기 때문에 연습 때도 항상 긴장한다”며 ‘연극 입문’의 감회를 털어놨다. 이 말을 듣던 ‘연극계 선배’는 ‘비장한 충고’를 던졌다.

“맞아. 일단 무대에 서면 도망갈 곳이 없지.”

두 사람이 작품으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 박광정은 “화면에서 봤을 때는 승범이가 ‘태어날 때부터 끼가 있는 배우’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보니까 혼자 이런저런 연기를 하면서 엄청나게 고민하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연극은 배우 스스로 잘 ‘놀아줘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승범이와 잘 어울리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비언소’는 일정한 줄거리가 없다. 공중변소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통해 인간 군상을 풍자하는 작품. ‘비언소’는 ‘변소(便所)’이면서 비언소((蜚言所), 즉 유언비어(流言蜚語)가 난무하는 공간이다. 이 작품에서 유승범은 줄거리를 이어주는 ‘이상한 남자’로 등장한다.

박광정은 “연극을 처음 하는 배우에게는 ‘기승전결’식 연극을 추천하지만 승범이에게는 ‘비언소’처럼 짧은 장면이 이어지는 연극이 낫다”고 설명했다. 본래 자신의 연기 스타일과 비슷해 ‘맥’이 잘 통한다는 것. 그는 또 “처음부터 호흡이 긴 연극을 하면 재미가 없다. 일단 재미를 붙여야 다음에도 연극을 하겠다고 할 것 아니냐”고 웃으며 말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