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의 명인 빅토리아 뮬로바(43·사진)가 2년 7개월 만에 서울을 찾는다.
11월 8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이번 연주에서 그는 강철 현(絃) 대신 양 창자를 꼬아 만든 18세기식 거트(Gut) 현을 사용하며, 원전연주 악단인 ‘계몽시대 오케스트라’와 모차르트의 협주곡 3, 4번을 협연한다. 크로스오버 음악을 연주했던 2001년 내한 연주 때와는 사뭇 다른 면모다. 뮬로바는 악단의 지휘도 맡아 모차르트 교향곡 29번과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무지크’(작은 밤 음악)를 선보인다.
작곡가 생전의 악기와 연주법을 되살려 연주하는 ‘원전연주’ 운동은 제2차 세계대전 후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일어나 1980년대 이후 붐을 이뤘다. 최근 크게 대중화되긴 했지만, 소수의 전문 연주자들에게 국한된 영역으로 취급돼 왔다.
러시아 출신의 뮬로바는 83년 서방으로 망명하기 전까지 원전연주를 알지도 못했던 연주자. 따라서 이번 연주는 음악팬들에게 다소 놀랍게 다가온다. 그렇지만 현대적이면서도 자극적이지 않고, 순수한 음색으로 유장하게 선율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그의 연주는 본디 원전연주와 들어맞는 면이 많았다고 평가된다.
“바흐 작품을 현대 악기로 연습할 때 어려움을 많이 느꼈다. 여러 음을 한꺼번에 연주하거나, 음 사이의 연결 등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았다. 옛 악기를 접하고서 이런 고민들이 저절로 풀리는 것을 깨달았다.”
옛 악기에 매료된 그는 지난해 필립스사에서 모차르트 협주곡 3, 4번 음반을 내놓았고 이번 연주에서도 같은 레퍼토리를 선보인다.
협연악단인 ‘계몽시대 오케스트라’도 특이한 이름으로 관심을 끈다. 86년 창단된 이 악단은 17∼19세기 ‘계몽시대’ 음악을 폭넓게 다루는 한편 현대식 악기가 정착된 19세기 후반 음악도 적극적으로 레퍼토리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들이 어느 시대 음악을 연주할 때든, 고증에 의거한 ‘학구적’ 연주란 점은 공통적으로 드러난다. 4만∼15만원. 02-6303-1919, 1588-7890.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