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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피플]'은장도'에서 수수한 여대생 역 신애

입력 | 2003-10-21 17:55:00


영화 ‘보리울의 여름’에 천진난만한 수녀로 출연했던 신애(21·사진)가 이번엔 ‘순결지킴이’로 돌아왔다. ‘보스상륙작전’을 연출한 김성덕 감독의 섹스 코미디 ‘은장도’에서 신애는 열녀문을 하사 받은 가부장적 가문에서 태어나 순결에 대한 ‘주입식 교육’을 받고 자란 여대생 민서로 출연했다. 이 ‘열녀’를 ‘열기’ 위해 대학생 주학(오지호)이 동분서주한다.

16일 만난 신애는 “결혼하기 전에는 민서처럼 절대로 성관계를 갖지 않겠다”고 말했다.

―왜 ‘수녀’나 ‘열녀’로 캐스팅된다고 생각하나.

“광고에서의 내 이미지 탓 같다. 청순하고, 약간 신비하고.”

―극중 민서와 어떤 점이 닮았나.

“섹스, 사랑, 결혼 이 세 가지를 동일시한다는 점. 또 한 남자만 죽도록 사랑한다는 점.”

―내숭을 떠는 경주(민서의 동료 여대생)는 말한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섹스하기 싫어. 난 섹스 잘 하는 남자와 사랑하고 싶어”라고.

“그건 ‘난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하고 싶다’는 말과 똑같다. 섹스를 사랑과 동일시하는 게 아니라, 섹스를 하나의 조건으로 본다는 점에서. 마음에 안 든다.”

―민서를 만져보려고 갖은 애를 쓰는 남자친구 주학을 어떻게 생각하나.

“솔직한 남자다. 여자에게 술 먹여서 ‘어떻게 해볼까’ 하는 남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이런 남자들에 비하면 천배 괜찮다.”

―민서는 순결을 지키기 위해 고민한다. 요즘 젊은이들이 그런 메시지에 관심이나 있을까.

“남자가 팔뚝만 건드려도 소름이 돋는 언니를 안다. 언니도 어려서부터 아버지한테 순결교육을 받았다고 했다. 지금 대학생들에게도 순결은 분명 관심사다. 참, 그런데 그 언니 아버지는 ‘왜 늙도록 시집 안 가느냐’며 다그치고 있다.”

이 영화에서 웃음을 유발하는 코드는 두 가지. 첫째는 “생리불순엔 남자를 부르는 게 최고야”하는 ‘화장실 유머’, 둘째는 예쁘고 섹시한 여배우들이 육두문자를 뱉어내는 데서 오는 ‘예쁜 여자 망가뜨리기.’

순결론자, 내숭쟁이, 프리섹스주의자, 발기불능환자 등으로 등장인물을 무 자르듯 구별해 성에 대한 대학생들의 ‘살아 숨쉬는’ 고민과 유머를 그들의 눈높이로 담아내지 못한 것이 흠. 아버지에게 짓밟혀 살아온 민서 어머니가 열녀문을 넘어뜨리며 ‘여성해방’을 부르짖는 결말은 판에 박힌 캐릭터들이 빚어낼 수밖에 없는 숙명적 결말이다. 24일 개봉. 18세 이상 관람 가.

이승재기자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