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킬 빌`에서 강렬한 액션 연기를 펼친 우마 서먼. 이소룡을 연상시키는 노란 트레이닝 복이 눈길을 끈다. 사진제공 영화방
“브루스 리(이소룡)는 전설적 액션 배우였어요. 그의 이미지가 투영된 여성 전사(戰士) 역을 맡은 것은 즐겁고 명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액션이 힘들긴 했지만 새로운 경험이었고, 또한 연기 인생에 소중한 자산이 됐지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신작 ‘킬 빌(Kill Bill)’에서 강렬한 복수극을 펼치는 여성 킬러 ‘검은 코브라’ 역의 우마 서먼(33). 그는 복수 장면 때마다 노란색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등장한다. 이소룡이 마지막 영화 ‘사망유희’에서 노란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끼요오’ 하는 기이한 기합과 함께 적을 쓰러뜨리던 모습을 연상시킨다. 서먼의 의상은 이소룡에 대한 타란티노 감독의 오마주(Hommage·숭배)인 셈.
서먼은 11월 14일 국내 개봉 예정인 ‘킬 빌’ 1편에서 일본도를 휘두르는가 하면, 내년 개봉될 이 영화 2편에서는 쿵푸 액션을 보여준다.
19일 일본 도쿄 임페리얼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서먼은 “‘킬 빌’은 타란티노 감독이 그린 복수의 대장정에 대한 최고의 서사시”라며 “감독을 비롯해 배우, 스태프들이 모두 한마음으로 관객을 위해 헌신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서먼, 타란티노 감독, 그리고 ‘킬 빌’은 묘한 인연으로 얽혀있다. 서먼이 1994년 ‘펄프 픽션’을 찍으면서 타란티노 감독에게 여성 복수극이란 아이디어를 제공했고 타란티노 감독은 결혼과 출산 등을 마칠 때까지 서먼을 기다려 주었다. 제작사인 미라맥스의 독촉에 타란티노 감독은 이렇게 응수했다고 한다.
“만약 당신이 조셉 폰 스턴버그 감독이고 영화 ‘모로코’의 촬영을 시작하려던 때 마를렌 디트리히가 임신했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물론 디트리히를 기다려야죠. 그럼 이후의 영화 역사는 당신에게 감사해 할 겁니다.”
타란티노 감독의 긴 기다림에 답하듯 이 작품에서 서먼이 보여주는 액션 연기는 강렬하고 화려하다. 서먼은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이 영화는 ‘킬 빌’이 아니라 ‘킬 우마(Kill Uma)’”라며 액션 연기의 어려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스노 가든’에서 펼쳐지는 서먼과 오렌 이시(루시 루)의 마지막 결투. 일본식 정원에서 달빛과 눈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두 여성 킬러의 대결은 생명을 건 혈투지만 그림처럼 아름답다.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서먼은 모형 칼로 시범을 보여달라는 한 일본 방송사 기자의 요청에 따라 능수능란한 칼놀림을 보여주기도 했다. 지금까지 ‘가타카’ ‘펄프 픽션’ ‘베트맨과 로빈’ 등에 출연한 그는 유혹적인 여배우의 한 사람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도쿄=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