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요기업들이 예상보다 좋은 3·4분기(7∼9월) 실적을 내놓고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인 인텔의 3·4분기 순익은 작년 동기의 두 배로 불어났다. 미 최대 증권사 메릴린치의 순익은 50% 이상 늘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소매점인 아마존과 애플컴퓨터는 흑자전환했다. 기업 실적이 대부분 좋다 보니 높은 순익과 함께 앞으로의 사업전망까지 밝은 기업에 대해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시장 전체로도 실적이 전망치를 웃돈 기업이 전망치를 밑돈 기업보다 많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500 지수에 속한 500개 기업 중 70%가 순익이 늘어날 전망. 이처럼 기업 실적이 좋아져 이달 30일 발표될 미국의 3·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약 6%에 이르고 4·4분기에도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잔치 분위기에서 통신주들은 “내년까지 기다려보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장거리 전화회사인 AT&T 등은 21일 부진한 실적을 내놓았다. 전통적인 유선전화 영업이 부진한 결과였다. 앞으로도 사정이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전망이 곁들여졌다.
통신산업의 부진은 지나친 가격경쟁 때문. 장거리 전화 패키지를 허용 받은 벨사가 공격적으로 전화요금을 할인한 패키지를 내놓자 AT&T와 스프린트가 할인된 지역전화요금 플랜을 들고 경쟁에 합류했다. 부도난 월드컴은 MCI라는 이름으로 영업에 나서면서 더 공격적으로 나올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이들 전화회사는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에서는 케이블TV 회사와 경쟁한다.
가격경쟁 결과 AT&T의 영업마진은 3·4분기 중 6.6%로 전년 동기 12.7%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SBC는 작년 15.6%에서 올 3·4분기 11.3%로 떨어졌다. 이번 주 영업실적을 발표할 벨사우스 버라이즌 등 나머지 기업들도 비슷할 것으로 월가는 보고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이번 실적부진은 빙산의 일각이며 4·4분기 이후의 실적전망치도 찬바람이 난다”고 말했다.
유선전화 회사들이 살아남을 방법은 합병밖에 없다는 처방도 나오고 있다. 합병해도 경쟁을 약간 누그러뜨릴 뿐 무선전화 및 인터넷전화에 당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시카고 컵스와 보스턴 레드삭스는 내년을 기다려볼 수 있겠지만 유선전화 회사들은 그러기도 힘들 것”이란 말이 그래서 나온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