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대표팀을 맡은 지 8개월째인 움베르토 쿠엘류 감독. 전문가들이 보는 ‘쿠엘류호’의 문제점을 알아본다.
▽이용수 KBS해설위원(세종대교수)=약체에 한번 질 수는 있지만 연패를 당하는 것은 선수장악이나 전술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쿠엘류 감독을 경질시킬 시점은 아니라고 본다. 다시 한번 대표팀을 추스를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거스 히딩크 전 대표팀 감독과 비교하는 의견도 있는데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히딩크 감독은 1년6개월간 모든 지원을 받으며 대표팀을 조련했다. 쿠엘류 감독은 제대로 훈련시킬 기회가 없었다. 이번 동계훈련과 내년 아시안컵 본선을 지켜본 뒤 재신임을 물어도 늦지 않을 것이다.
▽허정무 전 대표팀 감독=쿠엘류 감독에게만 책임을 물을 게 아니라 한국축구 전반에 문제점이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 기술위원회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대한축구협회는 쿠엘류 감독에게 제대로 지원하고 있는지 등을 다시 한번 심도 있게 분석해야 한다. 약한 팀에 진다는 것은 방심한 게 가장 원인일 것이다. 이번엔 해외파도 없었지만 프로선수 차출을 놓고 잡음이 일었고 프로경기가 끝난 뒤 바로 오만으로 날아가는 등 피로도 누적됐다.
▽김호 수원 삼성 감독=쿠엘류식 축구를 받아들여야 한다. 유럽은 예선보다 본선에 신경을 많이 쓴다. 물론 약팀에 연거푸 졌다는 것은 충격적이지만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상대팀도 성장하고 있다. 2002월드컵 땐 모든 사람이 히딩크 감독을 지원했지만 쿠엘류 감독은 다르다. 당시와 같은 전폭적 지원은 이제 없다. 그는 프로팀과 함께 움직여야 한다. 프로리그 일정과 국제대회 일정 등을 조정해 내년엔 매끄러운 일정을 짜야 한다. 한국축구의 미래를 위해 축구의 질을 높이는 과정에서 생기는 잡음으로 생각해야 한다.
▽정해성 전남 드래곤즈 코치(2002월드컵대표팀 코치)=내가 현장에 없었고 쿠엘류 감독과 일을 같이 하지 않아 뭐라 말 못하겠다. 다만 월드컵 때와 달리 쿠엘류 감독에게 시간이 많지 않았다. 히딩크 감독은 홍명보나 황선홍 등 대 스타들도 자기 마음대로 주무르는 카리스마를 갖고 있었다. 해외파가 빠진 국내파 위주로 팀을 꾸리다 보니 응집력이 떨어졌을 수도 있다. 만일 어차피 해외파가 합류하면 빠질텐데라는 분위기가 대표팀 내에 형성됐다면 진짜 큰 문제다. 나의 기우이길 바란다.